[盧, 국보법 폐지 발언]신중론 쏙 들어가고… 일제히 “옳소”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45분


코멘트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오른쪽)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오른쪽)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김경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내의 기류가 폐지론 쪽으로 빠르게 움직여 가고 있다. 그동안 중립을 지켜왔던 당 지도부는 6일 국보법 폐지론에 무게를 둔 발언을 쏟아내면서 당내 혼선의 가닥을 잡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권 수뇌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보법 개정을 주창해온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 중도성향 의원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국보법 개정안을 당 정책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세 대결에 나섰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운 듯한 형국이다.

▽힘 얻은 폐지론=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에 대해서 너도나도 ‘옳소!’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이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 대통령이 국보법에 대해 분명한 (폐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것이 곧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하자 개정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동안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지 않던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국보법을 낡은 시대의 유물이라고 한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국보법이 없으면 국가안보가 흔들린다는 것은 데마고그(선동)”라며 “이를 알고도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파시즘적 태도”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다른 세계에선 20년 전에 데탕트가 이뤄졌는데, 우린 이제 법적 제도적 결말을 보려 한다”며 “국보법은 이제 결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도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보법을 만들었다지만 사실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거들었고,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도 “국보법은 역사를 바로 이끌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던 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국보법 개폐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과 경제통인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원장은 회의장의 일방적인 폐지 분위기에 눌려 국보법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당내 의원 87명으로 구성된 국보법 폐지 모임의 간사인 임종석(任鍾晳) 이상민(李相珉) 의원 등도 이날 오후 별도 모임을 갖고, 폐지 추진에 속도를 더하기로 했다.

▽굽히지 않는 개정파=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개정파 의원들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개정파 모임에 참석한 8명의 의원은 비공개 회의 후 “국보법 폐지는 시기상조이며 형법 보완은 미흡한 점이 많다”며 노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이날 “국보법 폐지를 놓고 국민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박상돈(朴商敦) 서재관(徐載寬) 안병엽(安炳燁) 의원 등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정파들은 폐지론자가 우세한 상황에서 이 같은 모임이 당내 분란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면서도 당내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수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개정파 모임에는 이계안(李啓安) 조성태(趙成台) 정덕구(鄭德龜) 김성곤(金星坤)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회의 참석 등의 이유로 불참했다고 유재건 의원이 전했다.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대통령이 폐지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었던 얘기인 만큼 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은 우습다”면서 “지금까지의 목소리를 계속 내면서 폐지론자들과 쟁점을 놓고 계속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