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열과 표류 끝내고 光復 완성하자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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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9주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날 하루쯤은 ‘그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가슴 뿌듯한 성취감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말하고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며 각오를 다져도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역사가 부정당하고 정권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분위기 속에서 나라가 이대로 주저앉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어떤 처방을 내놓을 것인가. 광복의 기쁨 속에서 신생 조국 건설에 땀 흘렸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짧은 기간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국민의 열정과 자긍심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려면 집권세력의 역사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혼란과 갈등은 과거사 청산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훈을 얻을 역사는 있어도 부정하고 지워버릴 역사는 없다. 하물며 역사를 잣대로 사회를 내 편, 네 편으로 나눈다면 갈등과 반목만 깊어질 뿐이다.

정권의 정체성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근대화도, 민주화도 광복에 이어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의 산물이다. 분단은 비극이지만 분단체제라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고 정치적 자유도 얻어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있음을 확인해 왔다. 그런데 이 정권에 이르러 정체성 시비가 일고, ‘좌파 정권’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체제와 경제와 국민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정권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광복절, 노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기초를 닦고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하며, 10년 안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 통합과 혁신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어느 것 하나에도 희망과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은 이미 시작됐고, 한미동맹의 장래와 자주국방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불안감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경제는 더 악화돼 기업과 가계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더욱 떨어졌고 ‘2만달러’에 대한 기대는 아득하기만 하다.

국민은 4·15총선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만들어줌으로써 탄핵소추 위기에 몰린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다시 기회를 줬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집권세력의 관심은 여전히 ‘과거’에 있고, 통합보다는 분열에서 정치적 이익을 좇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국운(國運)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쏟아야 할 힘의 많은 부분을 ‘응징하고 뒤집기’에 소진하고 있다.

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제1야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도 이전에 대해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래서는 수권세력이 될 수 없다. 상대의 실책에 안주하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이면 광복 60주년이다. 더 분열하고 표류하면 나라가 심각한 정체(停滯)에 빠지고 말 것이다. 영영 일어설 수 없는 추락이 우리의 운명이 될지도 모른다. 경쟁국들은 저 멀리 내닫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우리가 놓인 처지와 헤쳐 나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웅변하고 있다. 부질없는 과거사 들추기나 ‘코드 맞추기’에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을 다시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지도층의 분열과 정쟁(政爭), 국제조류에 대한 무지(無知), 위정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국권을 빼앗기고 일제(日帝) 치하에서 신음해야 했던 역사가 우리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고 있다.

대통령부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모아 ‘광복의 완성’에 나서야 한다. 분단의 비극으로 이어진 광복이다. 그것도 모자라 지역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이제는 모든 갈등을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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