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탈북’ 딜레마 시작됐다…27, 28일 450여명 입국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24분


코멘트
탈북자의 대량 입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정부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량 탈북자 발생과 이들의 대규모 입국에 대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 머물던 480여명의 탈북자 중 1진 230여명은 27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공항에 도착한 뒤 경기도에 있는 모 금융기관 연수원으로 이동했으며 앞으로 1개월간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2진 250여명도 대한항공 특별기를 이용해 28일 오전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보]탈북자 200명 서울 도착

서울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탈북자 이송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행을 원하는 탈북자가 며칠 사이 계속 증가해 최종 입국자는 490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몇 년 안에 탈북 입국자 1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소수의 탈북자에 대한 정착을 돕는 차원이었으나, 이를 심화 내실화하는 종합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국 등 제3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이 이미 10여만명(정부 추산 2만∼3만명)에 이르고 있어 머지않아 ‘탈북 입국자 수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7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에 들어오는 480여명을 포함해 올해 들어 입국한 탈북자는 11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 내부에서는 탈북자 대규모 입국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법적 제도적 장치와 재정적 뒷받침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대(對)중국, 대북한 외교관계 및 탈북자 안전을 이유로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추진해 왔으나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의 사회적 수용을 위한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동의를 얻어야만 탈북자들의 안전한 입국과 원만한 한국 정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말 탈북 입국자 1158명을 기준으로 올해 필요한 정착지원 예산 300억원을 확보했으나 대규모 입국으로 초기 정착지원금 지급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통일부는 올해 말까지 2000여명의 탈북자가 추가 입국할 것으로 보고 예비비 신청을 통해 정착지원 비용을 확보할 계획이다.

탈북자들의 적응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연간 수용능력도 2400여명에 불과해 교육시설의 확충 및 프로그램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탈북자를 보는 국민의 싸늘한 시각도 탈북자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정부가 경기 이천지역에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