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아픈 가족사 꼭 들춰내야 하나”…김희선 ‘家門 시비’

  • 입력 2004년 7월 24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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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후손 여부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김희선(金希宣·사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사이버상에서는 그간 김 의원이 자신의 작은 할아버지라고 밝힌 독립군 제3지대장 고(故) 김학규(金學奎) 장군의 본관이 다르다는 글이 광범위하게 유포돼 왔다. 김 의원의 본관은 의성 김씨인 반면 김 장군은 안동 김씨라는 것.

이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선 김 의원이 독립군 후손을 사칭해‘친일진상규명법’을 주도하며 주가를 높이는 등 이득을 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김희선 “슬픈 가족사 정치적 이용말라”▽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의 아들로 자신을 소개한 교사 김일진 씨, 김 장군의 직속 부하였다는 광복회 김우전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대명천지에 그런 것을 거짓말해서 여기(국회 의원)까지 올 수 있었겠느냐”며 “친 할아버지 김성범과 작은 할아버지 김학규는 본관이 다른 것은 맞다. 그러나 증조 할머니가 재가를 해서 비롯된 가족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증조부 김순옥(의성 김씨)이 사망하고 증조모 선우순이 어린 아들 김성범과 김학규를 데리고 안동 김문으로 재가 했는데, 형 김성범은 생부 호적에 올라갔지만 어린 김 장군은 안동 김씨로 호적에 기재됐다는 것.

김일진씨는 “호적상에도 저와 아버지만 올라와 있다”고 말했고, 김우전 회장도 “단재 신채호 선생도 호적이 없다. 독립운동가 태반이 그렇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또 “조부와 부친 모두 일찍 타계해서 김 장군이 김 의원 및 그 모친과 함께 살며 보살폈다”며 “김 의원이 김 장군의 병수발을 드는 등 친조부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독립운동가 집안이 일제와 해방, 그리고 분단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슬프고 아픈 역사가 있었겠느냐”며 “할아버지대의 후손들이 살아있는데도 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의 부친 김일련이 독립군 자금책인가 하는 의혹과 관련 “조부 김성범의 부인 오병희는 독립군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했고, 김일련이 이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 “여전히 의심스럽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욱더 확대되고 있다.

먼저 안동 김씨처럼 아직도 유교 전통이 지엄한 양반 가문이 100여년 전 어떻게 아이 둘 딸린 과부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

안동 김씨 네티즌들은 당시 분위기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김 장군의 자서전에 따르면, 부친은 김순옥이 아닌 의사인 김기섭이며, 4남 2녀 중 4째로 태어났다고 한다. 5세 되던 해 아버지가 사망하는 바람에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1911년 만주 통화현 황무지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현재 김 의원이 속한 의성 김씨 대종회에서는 김 장군의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안동 김씨 문중에서는 이번 파문을 의식한 듯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측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김 장군의 아들인 김일진씨가 직접 나와 해명하지 않았느냐”며 말했다.

두 번째 의문은 김 의원의 할아버지가 의주 천마산대에서 무장 항일투쟁을 한 공로로 독립유공자가 된 김성범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측은 “네티즌들이 김 의원의 조부라고 지목하는 독립유공자 김성범은 김 의원의 조부가 아니라 동명이인”이라며 “김 의원의 조부 김성범은 무장 투쟁이 아니라 독립군 자금책으로만 활동한 탓에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세번째로 네티즌들은 김의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부친의 편지도 미심쩍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김일련(한독당 비밀청년당원)이 김구 선생의 명으로 중국 천진에서 활동하다 행방불명 된 후 벨호얀스크 감옥에서 김 의원의 어머니에게 보냈다는 서신은 수취인이 오영일로 돼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모친은 조모씨다.

김 의원측은 “오영일이라는 이름은 독립운동을 하던 김일련의 가명”이라며 “자세히 보시면 도장이 지저분하게 여러 군데 찍혀있다. 발송인이 불분명해 여러 번 반송돼 그렇다. 독립운동을 하던 분이라 집에 편지 한장도 쉽게 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김희선 의원은 독립유공자의 성공한 후손인가, 아니면 후손을 사칭해 친일청산에 무임승차하려는 기회주의자인가.

김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논란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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