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달 체포안’ 표결 공개싸고 與의총 설전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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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총선 공약인 불법정치자금국고환수법을 17대 국회 첫 법안으로 발의키로 했다. 의총 직후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찬반 투표 공개 문제 때문에 의원들간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총선 공약인 불법정치자금국고환수법을 17대 국회 첫 법안으로 발의키로 했다. 의총 직후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찬반 투표 공개 문제 때문에 의원들간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김경제기자
“거짓말 탐지기라도 동원해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와 관련해 평당원들로부터 찬반 투표 여부 공개를 요구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불법정치자금국고환수법을 추진키로 의결한 뒤 의총을 마치려고 했으나 우윤근(禹潤根) 의원이 “신상 발언을 하겠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우 의원은 “당원들의 요구에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개했다는데 양심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며 당원들의 움직임을 비난했다. 이에 발끈한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우 의원 발언 시작 직후부터 “말 좀 하자”며 발언권을 요구했고 사회를 본 안영근(安泳根) 제1정조위원장은 “의총 직후 상임위가 열려 곤란하다”며 제지했다.

그러나 몇 명 의원들이 “말하게 하라”고 항의해 유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유 의원은 “의원들은 투표 내용 공개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뛴 당원들은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당원들이 이런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다면 우리 당은 죽은 정당”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30여명의 의원들이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당원들에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대표를 찍었다고 출당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여러 현안에서 유 의원과 입장을 같이해 왔던 임종인(林鍾仁) 의원이 나와 “본회의장 토론을 보니 박창달 의원의 혐의가 미미하더라”며 “반대표를 던진 사람을 색출하겠다는 것은 151명 의원에게 100만명(의 당원들)이 덤벼들어 반대한 사람들에게 ‘너 죽여 버려’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당원들의 분노와 당 지지율 하락은 실용주의 노선 채택이나 이라크 추가 파병 등 총선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 탓”이라고 주장했다.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이번 일로 의원들간에 찬반 여부 공개를 놓고 서로 눈치 보는 불신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무지하게 악성이다. 더러운 상황이다”라고 규정했다. 문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개한 일부 의원의 발표 내용이 사실인지 의심스럽다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자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손짓을 해서 의총을 마무리할 것을 종용했다. 이어 임채정(林采正)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 일부 중진들은 발언 도중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속속 빠져나갔다. 일부 초선 의원들도 허탈한 표정으로 “우리가 지금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고,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의총이 TV로 생중계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의총에서의 논쟁이 알려지자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당원들이 공개 반대를 주장한 의원들을 겨냥해 ‘귓구멍이 막혔나, 한글을 모르나’는 비난 글이 폭주했다. 간간이 “이제 화해하자”는 글도 올랐지만 소수에 그쳤다.

당원들이 촉발한 이번 사태에 당 지도부가 손을 놓고 있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내분 양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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