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北의 핵 동결 - 휴대전화 동결

  • 입력 2004년 7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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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지금 핵무기 폐기와 휴대전화 폐기라는 두 가지 중대 결단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제3차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동결의 대가를 요구하면서 거래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고 있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그렇고 그런 나라’가 돼 버린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내부적으로는 1년 반 전 도입을 허용한 휴대전화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5월 하순 북한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회수를 시작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용천역 폭발사고가 사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노린 테러였고, 그때 휴대전화가 기폭장치로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용천사고가 발생하고 한 달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휴대전화를 둘러싼 해프닝이 있었다.

북한은 일본 정부 요원들이 소지한 휴대전화를 모두 맡기라고 요구했고 일본측은 거부했다. 결국 일본측은 북한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쓰고 사용료를 지불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처음 방문한 2002년 9월엔 이런 요구가 없었다.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2만대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말 2억대였던 중국은 반 년 만에 1억대가 더 늘어 3억대다. 이제 중국에서 휴대전화 회수는 불가능해졌다.

북한의 휴대전화 회수 사태는 경제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경제개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격통제 해제, 배급제도 폐지, 자유시장 용인과 같은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휴대전화 네트워크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회수하는 식으로는 개혁이 진전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경제개혁에 회의적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그건 경제개혁도 시장개혁도 아니다. 경제 혼돈일 뿐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북한 경제는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얼음은 녹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얼음은 녹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휴대전화 폐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면 폐기’가 아니라 ‘동결’, 그것도 ‘일시적 동결’이라는 점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휴대전화를 사용한 걸 보면 휴대전화의 완전 폐기는 아닌 모양이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사람들은 강한 불만을 품을 것이며, 여전히 휴대전화를 쓰는 특권층에 반감을 가질 것이다. 휴대전화의 보유 여부는 정보 획득 경쟁의 승패를 가른다.

북한 당국은 휴대전화가 가져올 시민 파워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처음 발견됐을 때 당국은 부인했지만 휴대전화가 진상을 폭로했다. 그날 하루에만 휴대전화를 통해 4000만회의 정보 전달이 이뤄졌다. 휴대전화 정보혁명이 중국의 일당 지배를 무너뜨릴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개혁 개방의 반면교사(反面敎師)인 동시에 휴대전화 정보혁명의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다.

핵무기와 휴대전화의 ‘동결’에만 매달리는 북한. 동결정책밖에 쓸 수 없는 게 지금의 북한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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