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후보지 선정]국민투표 여론 일축…일사천리 진행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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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을 발표하면서 수도 이전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날 후보지 발표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신행정수도 건설 일정에 따른 것이지만 최근 급속하게 확산되는 반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강행 의지’를 담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의 이춘희(李春熙) 부단장은 “추진 일정이 늦어지면 오히려 정부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며 “법에 정한 계획대로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 이전 추진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입법부 사법부까지 옮기는 사실상의 천도(遷都)에 대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필요 없다는 쪽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강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정부가 이날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을 발표한 것은 수도 이전 자체를 재검토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식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전 자체는 물론 추진 일정도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7월 초 후보지별 점수가 공개된다. 이어 지역 공청회를 거쳐 8월 중에는 신행정수도 후보지가 최종 결정되는 등 수도 이전 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현 정부의 핵심적 대선공약이었고 지난해 말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이 제정돼 국민적 합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지 발표는 국민 의견 무시행위=하지만 정부가 수도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후보지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국민의견 수렴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최막중(崔莫重·도시계획학) 교수는 “최근 한국의 수도 이전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방한한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연구단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나온 수도 이전 논의가 2년도 안돼 어떻게 구체적인 건설계획으로 발전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수도 이전이 최근 국민적인 논란을 빚고 있는데도 정부가 신행정수도 후보군(群)을 발표한 것은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채 더 이상 사회적 논의를 하지 말라는 요구”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서울 인천시, 경기 강원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요청을 거부하는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조짐도 본격화하고 있어 정부의 이전계획이 일정대로 추진될지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에서는 1992년 수도 이전을 위한 법까지 통과시켰으나 아직도 논의 중”이라며 “정부가 국가적인 대사를 너무 서둘러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의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추진위는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하면 현재 수도권의 과밀화가 해소돼 수도권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방분권의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과 지방이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 정책이라고 정부측은 설명한다.

이에 대해 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인구 2000만명이 넘는 수도권에서 50만명이 빠져나간다고 인구 교통 환경 과밀화가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수도의 주요 기능만 빠져나가면서 최근 세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도시간 경쟁시대에 서울의 국제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 분명해 충분한 토론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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