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年6%이상 성장’ 현실성 있나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50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17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경제는 좋아질 것이며 올해 5%대를 시작으로 임기 동안 매년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은행 등 국내의 모든 권위 있는 경제기관들이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대나 5%대 초반으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어떤 근거를 갖고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경제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4.1∼5.3%.

특히 이 보고서는 잠재성장률을 5.3%까지 끌어올리려면 투자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잠재 성장률이 4.1%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간 한국 경제가 ‘실력’ 이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부양책을 써야 하며 이럴 경우 ‘동티’가 난다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 노동생산성, 연구개발(R&D) 투자 가운데 어느 것도 개선의 조짐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495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들 기업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전년 대비 5.9% 올랐지만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는 오히려 0.69% 떨어졌다.

배상근(裵祥根)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 3년간 설비투자가 심하게 위축되면서 이미 한국의 성장잠재력은 크게 훼손된 상태”라며 “말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투자활성화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을 6%대까지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이 홀로 끌어가고 있는 경제성장이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미국 정보통신(IT) 경기가 올해 말을 정점으로 내년에는 하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럴 경우 미국에 대한 직접수출과 중국을 경유하는 수출까지 동시에 줄어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5%대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

인플레이션 없이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의 최고치. 만약 잠재성장률을 4% 미만으로 추정한다면 4% 이상의 실질경제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