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보법, 인권침해 요소 없애야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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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적대행위로부터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적용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권침해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 이후 국보법의 인권침해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한 조사보고서와 연구논문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 실태’ 보고서는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조사한 국보법 인권침해 사례의 집대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독재정권 시절에는 국보법이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학생과 지식인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인 부끄러운 역사도 있다. 인권위는 국보법이 때로는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고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제반 권리를 침해하는 법으로 기능했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의 실적 경쟁과 사법기관의 방조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인권위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국보법의 인권침해 요소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의 장(場)을 마련할 때가 됐다. 남북관계도 변화하고 있고, 우리의 체제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대북 포용정책을 수용할 만큼 국민의식도 성숙했다고 본다. 국보법을 정권 유지 도구로 활용하던 군사독재정권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항은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편의와 물건을 제공하고 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는 세계 어느 나라나 모두 처벌한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국가안보 위해행위는 어떤 법률을 통해서건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 인권이사회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국보법의 인권침해 요소는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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