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협상라인 이상기류…주무부처 국방부 소외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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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시작되는 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주한미군 감축 협상에서 정작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뒷전으로 밀린 채 한국측 수석대표를 외교통상부가 맡게 돼 협상전략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논의해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주한미군 재조정 한미 협의회’의 수석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FOTA 수석대표(권안도·權顔都 국방부 정책실장)와 재조정 협의회 수석대표(김숙·金塾 외교부 북미국장)가 분리돼 있다. 또 ‘재조정 협의회의 3인 대표단’ 중 한 자리인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김태영(金泰榮) 전 국제협력관이 최근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이동하면서 현재 공식적으론 비어 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국제협력관이 7일 회의 시작 전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만 재조정 협의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국제협력관 내정자(한민구 53사단장)가 이미 관련 준비를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발하는 등 관련부처간에 불협화음까지 빚고 있다.

당초 롤리스 부차관보는 “밀도 있는 논의를 위해 양국 대표자만 참석하는 ‘1 대 1 협의’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가 “NSC 외교부 국방부가 모두 참석해야한다”며 ‘3인 대표단’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선 “청와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국방부의 대미 협상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거나, 한미 군사 당국간 대화 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방차관 출신인 박용옥(朴庸玉) 한림대 특임교수는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하면서 국방부가 뒷전에 밀리는 것은 미국이 군사 당국간 대화의 실효성을 의심하거나, 국방부가 대미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을 한국 정부가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특히 군사 문제가 군사 채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질 경우 협상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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