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원칙 CVID용어 분쟁…北 “굴욕적인 조건”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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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미국 정부에 북한 핵문제 해결 원칙인 ‘CVID’ 용어의 수정 또는 대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CVID’ 중 어느 알파벳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CVID’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 ‘네 알파벳’의 변화 여부를 놓고 미묘한 외교적 파장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은 왜 ‘CVID’를 주장하나=북한을 못 믿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는 민주당 정부 시절 체결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처음부터 잘못 꿴 단추’ 정도로 여겨 왔다. 북핵 폐기의 확실한 이행이 보장되지 않아 합의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의혹으로 다시 불거진 북핵 위기와 관련해 ‘철저하고 완벽한 핵 폐기를 해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 의지가 구체화된 것이 ‘CVID’이고, 그 실현 틀이 ‘6자회담’이다. 미국이 북-미 양자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고 ‘보증인 없인 못 만나겠다’며 다자회담을 관철시킨 것도 대북 불신 때문이다.

▽북한은 왜 ‘CVID’에 반발하나=핵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다. 북한은 ‘C(완전하고)’와 ‘I(돌이킬 수 없는)’에 특히 반발한다. ‘C’를 인정하면, 일단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하는 셈이 된다. 이는 1992년 ‘남북비핵화공동선언’ 위반이 되고 그것은 이 선언의 준수를 약속한 제네바합의 위반으로 이어진다. 기존 약속을 어긴 국가가 새로운 약속을 하는데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I’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도 믿을 수 없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래서 북한은 이를 특히 굴욕적으로 여기고 있다.

▽한미일의 ‘CVID 연합 전선’ 흔들리나=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일은 2월 제2차 6자회담에선 CVID 원칙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원칙엔 사실상 동의했다. 그래서 ‘5 대 1(북한) 게임’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CVID 용어를 사용하는 한 협상에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에 “북한에 대한 ‘문턱’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한국 정부가 호응한 셈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아직까진 ‘CVID’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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