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盧대통령 직무 복귀

  • 입력 2004년 5월 14일 17시 53분


코멘트
헌법재판소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해 “선거법 등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심리 2개월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3월 12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노 대통령은 헌재의 선고 시점부터 대통령 직무에 복귀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재판장 윤영철·尹永哲 헌재소장, 주심 주선회·周善會 재판관)는 14일 오전 10시 헌재 1층 대심판정에서 이 사건 선고 공판을 열고 “노 대통령을 파면해 달라”는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탄핵 심판 사건의 경우 소수의견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며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판관들의 최종 의견은 6(기각 또는 각하) 대 3(인용)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날 윤 소장이 낭독한 결정문을 통해 “대통령 파면은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은 물론 국론 분열로 인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이 일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반은 아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에 의해 권한과 권위를 부여받은 대통령이 헌법을 경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함은 물론 위헌 위법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법 위반으로 인정한 노 대통령의 행위는 △2004년 2월 18일 경인지역 언론사 초청 기자회견 △2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상 선거법 9조 중립의무 위반) △2004년 3월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한 폄훼 발언(헌법수호 의무 위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헌법 72조 위반) 등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탄핵 사유 가운데 ‘대통령 측근 비리’ 부분은 노 대통령 취임 이전의 일이거나 노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또 국정혼란과 경제파탄 부분은 헌법 65조1항이 정한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임명과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등은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이나 절차 등에는 하자가 없다고 판단해 노 대통령 대리인단이 제기한 각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14일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날 역사적인 결정을 한 헌재 재판관들. 왼쪽부터 전효숙, 송인준, 김효종, 김영일, 윤영철(소장), 권성, 김경일, 주선회, 이상경 재판관.-사진공동취재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