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방송’에 돌연 사무실 퇴거요청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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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북한연구소 6층에 있는 자유북한방송의 스튜디오에 한 여성 아나운서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구소측은 최근 이 방송의 퇴거를 요청했다. 사진제공 조선일보
11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북한연구소 6층에 있는 자유북한방송의 스튜디오에 한 여성 아나운서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구소측은 최근 이 방송의 퇴거를 요청했다. 사진제공 조선일보
북측이 제14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에 활동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한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www.freenk.com)에 대해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던 북한연구소가 최근 이를 비워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12일 “방송국에 15평 크기의 사무실 공간을 무상으로 빌려준 북한연구소가 5월 말 이전에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북한연구소의 김창순 이사장은 남북장관급 회담이 끝난 뒤인 10일 공식으로 퇴거 요청을 전달했다.

그러나 연구소측은 이에 앞서 4월 말∼5월 초 “연구소 이사진 사이에서 골치 아픈 일이 자꾸 발생하기 때문에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김 대표에게 미리 귀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연구소는 1970년대 중앙정보부 산하기구로 출범했으나 곧바로 독립해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소측은 자유북한방송에 퇴거 요청을 한 배경에 대해 “정부의 영향은 절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모 사무국장은 “탈북자들이 만든 이 방송이 북한 민주화 및 인권개선을 강조하면서, 연구소의 일부를 사무실로 빌려준 우리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오는 등 정상적인 연구 활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측은 지난달 20일 첫 방송이 나간 뒤 “일방적으로 북한체제를 비방하지 말라”는 협박전화가 자주 걸려 왔고, 27일에는 ‘민족반역자 처단을 위한 모임’이란 단체가 e메일로 ‘경고문’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흔쾌히 사무실을 빌려준 뒤 방송시작 3주 만에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연구소측이 십중팔구 어떤 압력을 받았을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자유북한방송측은 방송을 계속할 새 사무실을 찾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북측은 4∼7일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탈북자들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즉각 중지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남측은 “인터넷 방송은 공중파 방송도 아니며 불법 행위가 없다면 중단시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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