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중도경쟁]열린우리당 “약간 오른쪽으로”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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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27일 강원 양양군 오색 그린야드호텔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 당의 좌표를 ‘실용적 개혁정당’으로 정리했다.

이어 정책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면서 선거 때마다 정강정책을 결정하는 미국의 민주당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28일 당 워크숍을 정리하면서 “열린우리당의 핵심은 개혁노선이며 이를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실사구시 차원에서 (현안에) 대응한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28일 발표된 열린우리당 당선자 13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당선자들의 성향도 정 의장이 정의한 ‘실용정당’ 또는 ‘중도정당’의 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

응답자의 6%만 ‘진보’라고 답했을 뿐 56%가 ‘중도 진보’, 28%가 중도, 10%가 중도 보수라고 밝힘으로써 이른바 90% 이상이 중도로 자신을 분류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진보적 색채가 반영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대상국을 묻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답변이 63%, 미국은 두 번째로 많은 26%였다.

또 기초생활보장대상자 확대, 햇볕정책 계승, 부동산 공개념 도입,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 개입, 호주제 폐지 등 정부의 시장개입과 복지정책 확대를 주장하는 ‘중도 진보’ 성향의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아무튼 당 지도부가 실용 정당의 기치를 내건 것은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가 혼재해 있는 당내 역학구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 정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혁파인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실용정당론은 열린우리당이 보수당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이회창이 아닌 노무현을 선택한 이유는 근본적 모순을 혁파해 달라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유시민(柳時敏) 의원도 폐회 선언 직후 “왜 모든 것을 대충 덮고 가려고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사석에서 “당의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고, 유 의원에게도 원내대표 출마를 권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개혁의 각론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와 진보 성향 개혁파간의 대립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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