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운용 구상]黨-내각에 정책결정권 대폭 위임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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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복권(復權) 이후 여대야소 정국을 이끌어 가기 위한 구상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2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집권 2기의 청와대와 여야 및 내각과의 관계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당-청은 수평적 관계로=노 대통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탄핵문제가 해결된 뒤 곧바로 입당하겠지만, 선출직 공직후보자 공천권이나 당직 임명권에는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당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과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주요 당원으로서 당 개혁 문제나 전반적인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서는 수시로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당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일탈하는 것은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문희상(文喜相) 정치특보에게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맡김에 따라 과거 여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했던 정무수석비서관실의 기능과 역할은 오히려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요 정책 주도권은 내각과 당에 위임=내치(內治)에 관한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전부 위임하는 책임총리제는 아니더라도 정부 주요 정책 추진의 주도권을 내각과 당에 상당 부분 일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자신이 모든 정책 현안의 전면에 나서면서 많은 폐해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과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특히 사회적 갈등 요인이 많은 사안에 대통령이 일일이 나서는 바람에 리더십에 불필요한 상처를 입었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은 21일 만찬회동에서 “앞으로 조심조심하겠다. 나는 한발 물러서 있겠다”고 말한 것이나, 19일 김근태(金槿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시끄러운 일들은 모두 당에서 맡아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주요 정책 추진은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이 당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쪽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문제가 매듭지어진 뒤 이뤄질 내각 개편 역시 이런 방향에 걸맞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는 대화와 협상으로=대야(對野) 관계를 풀어 가는 기조 역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대치하는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정면 돌파를 선택해 왔던 노 대통령은 과반 의석 확보로 야당과의 관계에 여유가 생겼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국회 의석수에서 야당보다 우위에 선 만큼 대야 협상력이 커졌고,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화채널을 만들어 나가면서 상생 협력의 정치를 본격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노 대통령이 야당 의원과의 개별 접촉도 활발하게 벌일 것이고 필요할 경우 야당 인사의 입각까지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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