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부패-수구 이미지 씻기 말보다 실천”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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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신임 대표는 24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오전 일찍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직후 서울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터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표는 천막당사에 도착하자마자 참회록 성격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내고 “한나라당은 근대화의 주역이라는 영광마저 퇴색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오후엔 명동성당과 조계사, 영락교회를 잇따라 방문해 고백성사와 108배, 회개 예배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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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바쁜 틈을 내 오후 1시 천막당사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패한 과거와의 절연(絶緣)’을 강조하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의 총선 공약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뜻을 내비치는 등 당 운영의 포부를 펼쳐 보였다.

―국민에게 거듭 사죄했다. 무엇을 반성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으로 부패정당의 낙인이 찍혔다. 벌써 야당을 수년째 하는데도 기득권을 지키는 수구적 이미지로 남아 있다. 말은 많았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도 있었다. 비판 받았던 것을 고쳐 나가겠다.”

―당의 정체성에 혼란이 있다고 지적을 했는데….

“이라크 파병안 처리시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갖고 소신 있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평소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론을 역설해 왔다. 중임제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 생각은 없나.

“의회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고 입법부가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내각제는 시기상조다. 단점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고 본다. 국제 경쟁이 심한 상태에서 정권이 자꾸 바뀌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총선 공약으로 걸기에 앞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

―비례대표 신인 배치 원칙을 발표했다.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에서 배제되나.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돼 기준을 세워 투명하게 할 것이다. 최 전 대표도 기준에 맞는지 따져야 하지 않겠는가.”

―열린우리당이 부친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어느 정당보다도 개혁을 하겠다고 출범했다. 그런데 이런 게 개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당으로서 고통 받고 배고픈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기보다는 남 헐뜯기에 골몰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한 게 독재라면 지금 상황은 무엇인가.”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면법 개정안을 거부했는데….

“국민 여론도 (대통령의) 사면권 남발을 좋아하지 않고 있다. (고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이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을 만날 생각은 없나.

“굳이 필요하면 회담이 아니더라도 오며가며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와 정 의장의 회동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먼저 하라”고 한 데 대해 박 대표는 “내가 공식적으로 회동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여성 정치인으로서 그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북 문제에 대해 전향적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이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가겠다. 만약 북한이 한국의 경제수준에 도달해 경제적으로 합친다면 7000만명 공동시장이 생긴다. 그 ‘시너지 효과’를 살리면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북한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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