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탄핵역풍…총선후보 홈페이지 ‘개점휴업’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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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을 앞두고 사이버 선거운동이 외면당하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예비후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게 돼 사이버 선거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이번 총선이 탄핵정국과 맞물리면서 인물이나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정당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 관계자들은 이외에도 “사이버 선거운동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면서 동시에 단속의 근거가 확실해져 후보자들이 오히려 몸을 사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찬밥신세인 사이버 선거운동=서울 강북지역의 한 출마예정자는 이달 초 홈페이지를 개설했으나 지금까지 정책토론방에 올라온 유권자들의 의견은 고작 6건뿐이다. 그나마 후보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 등 성의 없는 글이 대부분이다.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선거브로커 중에도 e메일 전화번호 등 유권자 정보를 제공해 주고 돈을 받아 챙기는 ‘e메일브로커’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거법에 e메일을 발송할 때 주소를 얻은 출처와 수신거부 항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어 예비후보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

서울 광진구 출마자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브로커들의 접근이 끊이지 않지만 광고문이 와도 바로 찢어버린다”며 “많은 돈을 들여 위험한 짓을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휴대전화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불법. 이 때문에 일부 정보통신 업계에서도 선거특수는 사라진 지 오래다.

무선콘텐츠업체 D사 관계자는 “후보자들에게 광고 문의가 몇 차례 오긴 했지만 이동통신사측이 오히려 선거법 저촉을 우려해 꺼리고 있어 실제로 진행되는 광고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의 또 다른 역풍”=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현상 역시 탄핵정국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탄핵역풍’으로 정당을 보고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강해져 막상 후보자들의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홈페이지나 e메일 등 사이버 홍보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e메일 발송을 허용한 것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여지를 더 넓히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를 생각할 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제한규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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