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난기류]美 “회담 깨질수 있다” 강경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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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접어든 중국 베이징(北京)의 2차 6자회담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대치로 난기류에 휩싸였다.

27일 새벽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베이징 국제구락부 호텔 로비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미 대표단의 A씨는 “회담은 비관적(pessimistic)”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담이 깨질(fail)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럴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 같은 이상 징후는 26일 밤 주중국 북한 대사관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을 비난할 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회담장 주변 분위기는 이날 저녁까지만 해도 북한이 전면적인 핵동결 용의를 표명했다는 중국 정부의 전언에 따라 낙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북한의 돌연한 대미 비난은 그 같은 기대가 성급했음을 일깨웠다.

회담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미간에 HEU 문제에 관해 현저한 시각차와 불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여러 곳에서 입수한 상당한 증거(a good deal of evidence)가 있다”고 말해 미국이 양자 접촉에서 이를 갖고 북한을 압박했음을 시사했다.

A씨는 또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북한이 전면적인 핵 활동 중단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어떻게든 회담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A씨는 “북한이 말한 전면적인 핵 활동 중단엔 HEU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북한은 군사 목적 외에 평화적인 목적의 핵능력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발표한 내용은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대표단의 B씨는 25일 전화통화에서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올 것 같으냐는 질문에 “북한 대표단에 물어보라”며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은 북한의 핵 완전 포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실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북한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과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결국 중국의 역할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북한 핵 해결 등 선언적인 표현을 공동합의문에 담고, 다음에 만날 실무회의를 약속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6자회담 이모저모▼

○…당초 27일로 예상됐던 6자회담의 폐막이 연기되면서 일각에서는 다음주 초까지 협상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양행 고려항공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만 운항해 북한 대표단이 28일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주 화요일까지 귀국편이 없기 때문이다.

회담이 연기된 것은 중국과 한국이 난항을 겪는 회담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참가국들을 설득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기자회견에서 “(27일에 회담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에 (귀국할) 항공기 티켓을 끊은 기자들에게는 유감”이라며 회담이 연기될 것임을 시사했었다.

○…북한 대표단은 공동발표문 조율을 위해 26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열린 차석 대표급 실무회의에 불참했다.

회담 관계자는 27일 “북한은 차석회의 직전 2차 북-미 양자접촉을 가졌는데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본국의 훈령을 받기 위해 차석회의에는 불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의 대언론태도는 1차 회담 때에 비해 상당히 유연해져 눈길을 끈다. 북한은 1차 회담 때는 언론 접촉을 피했으나 26일 밤엔 베이징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은 이에 앞서 한국 기자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의 프레스센터로 전화를 걸어 회견 사실을 통보하는 이례적인 ‘친절’을 보이기도 했다.

1차 6자회담 때 북한은 단 한차례의 기자회견도 열지 않았으며 회담을 마치고 귀국할 때 공항에서 “이런 종류의 회담은 필요가 없다”는 성명만을 발표했었다.

베이징=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북핵 관련국 입장 및 당국자 발언
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모든 핵 폐기. 동결은 폐기의 전제 조건HEU 프로그램 개발 부인. 증거 제시 때 실무진 논의 가능HEU 전면폐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요구HEU 관련 정보 없음.증거 제시할 경우 실무진 논의 가능HEU 관련 정보 없음.증거 제시할 경우 실무진 논의 가능미국과 동일
“북한이 핵 폐기의 출발점인 핵 동결을 시작한다면 검증을 거친 뒤 중유를 제공하자”“우라늄 핵을 개발한적 없다. 미국은 거짓말을 중단하라”“북한은 우라늄 및 플루토늄 핵을 모두 폐기하라”“북한은 전면적인 핵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관련국들은 환영을 표했다”“북한은 군사적 목적의 핵 개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북한은 HEU 개발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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