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잘될까

  • 입력 2004년 2월 23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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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연내 2차 6자 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워싱턴에서 만난 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 인사는 향후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월이든 2월이든 회담은 반드시 열린다. 그러나 지속 여부는 북한이 핵 폐기에 대한 실질적 진전(tangible progress)을 보일 경우만 가능할 것이다."

그는 "한두번 정도 회담을 더 해보면 (6자 회담 지속 여부를)알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 때로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일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6자회담은 언제까지 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며 지속될 수 있을까.

25일부터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2차 6자회담이 향후 다자 협상의 무멘텀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6자회담의 실효성과 그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1차 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 조차 별다른 합의사항이 나오지 않을 경우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될 움직임도 워싱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하며 북한이 부인하고 있는 고농축우랴늄(HEU)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간 '의견 충돌'로 인해 다자회담의 무멘텀 마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마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1일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HEU에 대해 시인한 것이 역사에 기록돼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눈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냐"며 북한의 입장에 강한 이의를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렇듯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6자회담이라는 다자적 접근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닉 에버스타트 미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22일 전화 통화를 통해 "6자회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1930년대 유럽의 '회담 외교(conference diplomacy)'를 상기 시킨다"며 "이번 회담에 응하는 미국의 목표는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지만 않게 하는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담장에 북한에 나오게 하기 위해 중국이 5000만 달러 러시아가 100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하고 "미국 또한 북한에 대한 아무런 레드 라인 없이 회담에 임하고 있다"며 6자회담에 대한 강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모턴 아브라모위츠 센트리재단 소장 겸 수석연구원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다자 접근 방식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가져 왔다"고 토로하고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나머지 5개국은 각각 입장이 달라 어떤 결정을 언제 어떻게 내리느냐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차 회담에서 다음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는 평도 있다.

6자회담에 깊이 개입해온 한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것만 합의해도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전하고 "실무그룹(working group)조성 또한 북한의 반대가 있을 수 있어 쉽게 낙관할 수 없는 문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다자적 접근만이 유일한 외교적 대화 채널이자 대안이라는 것이 중론. 또한 적어도 미국 대선(11월)까지는 6자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론'도 있다.

먼저 북한이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94년 북핵 위기를 포함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직접 개입해온 '전문가'인 김계관 외무성 부장이 북한 수석 대표로 내세우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회담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는 것. 또 지난 18일 북한에 대한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강경 발언 이후에도 '맞받아치기씩'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지난 해 7월 서울을 방문한 볼튼 차관의 강경 발언("김정일은 폭군적 독재자다")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곧바로 그를 '인간쓰레기','피에 굶주린 흡혈귀'라며 욕설을 퍼부었던 지난해 1차 회담 직전 상황과는 대조적이라는 것.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이는 북한이 중국 측으로부터 '강경파의 말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협상장에서 이익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점을 암시 한다"며 "11월 미 대선전까지는 협상 성과를 얻어내고자 하는 미국과 북한의 목표가 일치, 이번 회담에서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 사찰에 동의하고 미국이 식량 원유 공급에 합의하는 식의 구체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디지털뉴스팀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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