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대표 “떼도둑이 검사 심문하나” 국회연설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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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타당 대표들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대선자금, 총선개입 등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과는 달리 ‘민생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라고 서두를 시작한 뒤 남대문 재래시장, 기사식당, 쪽방동네 독거노인, 독산동 우시장 등 그동안 계속해 온 민생투어 현장들을 열거하며 정서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또 젊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의식한 듯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도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국내 복제 연구의 1인자인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박사의 연봉이 5000만원도 안 된다는 점을 들어 과학기술자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모국어로 구사하는 중국 동포들을 중고등학교 원어민 교사로 초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처럼 ‘민생’을 화두로 차분하게 연설을 시작했지만 야당의 대선자금 청문회 개최와 폭로전 대목에서는 목청이 높아졌다. 청문회 개최를 “떼도둑이 검사를 불러 심문하겠다는 격”이라고 비유한 뒤 “다수당이라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여 싸움하는 정치야말로 청산대상 1호”라고 비판했다. 또 5일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1300억원의 계좌를 찾았다”고 폭로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무책임한 정쟁정치의 막을 내려야한다”고 몰아붙였다.

야당 대표들이 언급했던 개헌론에 대해서는 ‘정권 찬탈 음모’라고 단정했다. 그 발언 배경은 대표연설에 뒤이은 정 의장과 기자들의 오찬석상에서 나왔다. 그는 “얼마 전 너무 피곤해서 여의도 한 호텔 사우나에서 자고 있는데 어디서 ‘총선 뒤 노 대통령을 확 끌어내려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라 잠을 깬 일이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거물 중진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앵커 출신인 정 의장의 대표연설은 깎아놓은 대리석처럼 매끄러웠지만 야당으로부터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3당 대표 연설 비교
현안최병렬 대표조순형 대표정동영 의장
측근 비리국정조사 실시국정조사 실시정쟁정치 중단
노무현 대통령 총선개입총선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고 경고탄핵 경고언급 않음
불법대선자금청문회 실시청문회 실시청문회 대신 민생관련 TV토론 제안
개헌론분권형 대통령제 검토총선 후 진지하게 검토권력찬탈행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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