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 통화기록 조회 남용막을 法的장치 필요”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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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외교통상부 출입기자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통화기록 조회 절차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국정원 군기무사 등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危害) 방지’를 위해 각 기관장의 내부 결재로 통신회사에 통화기록 조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번에 국민일보 조수진 기자의 통화기록을 조사한 근거도 청와대측이 “조 기자가 쓴 기사와 관련해 외교 비밀 유출이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 기자가 쓴 기사에서 통화기록 조회를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인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와 연관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관의 통화기록 조회가 타당한 근거를 갖고 이뤄졌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는 통화기록 조회를 당한 당사자에게 조회 사실을 통보하는 절차도 규정돼 있지 않다. 반면 통화 도감청의 경우에는 사후에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또 정보기관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통화기록 조사 절차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현대와 SK 비자금 사건 수사 도중 보안을 이유로 출입기자들의 통화기록을 조회해 ‘사생활 및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빚자 통화기록 조회 때도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사는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사전 승인만 얻으면 통화기록 조회가 가능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땐 사후 승인을 받아도 무방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모두 내부 기관장의 승인만 있으면 통화기록 조회가 가능해 기록 조회가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통화기록 조회 때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수사의 편의성과 신속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영장제도보다는 간략한 승인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통화 기록 조회도 사실상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장제도가 아니더라도 남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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