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경제·민생 우선이라더니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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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공정하고 엄격한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으며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민생안정을 이루는 데 정성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새해 벽두 행보는 이런 다짐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관심이 경제·민생보다는 여전히 4월 총선에 쏠려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민주당 지지는 한나라당 돕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명선거 협조요청’까지 받았던 노 대통령은 이번에 또 선거개입 시비를 부르는 발언을 했다. 열린우리당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도대체 뭘 하면 되고 뭘 하면 안 되는지 (선관위에) 묻고 싶다”는 것은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지 않는가.

당장 정치권에서 ‘선거중립을 포기한 위헌적 발언’,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한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법 60조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제외한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고, 공명선거의 최종 판단기관인 선관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도리이지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직사회는 언론에 포위된 조직이다. 올해는 이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다분히 언론과의 대립각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부가 한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뜻에서 한 발언이라지만 신중치 못했다. 언론의 역할은 정부의 잘잘못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이지 공직사회를 포위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실현하지 못한 ‘분열의 리더십’과 거듭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이 대표적 잘못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그 같은 과오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노 대통령은 가급적 말을 줄여 정쟁이나 분란의 한복판에 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고 총선결과도 좋아질 수 있다. “좀 더 신중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 달라”는 국민의 e메일(청와대브리핑 1월 2일자)에 화답하는 길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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