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 비리 수사결과]불법자금 10분의1 넘었나 안넘었나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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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 발표로 여야가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불법적인 자금 거래 계획을 노 대통령이 사전에 파악했거나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개혁을 내세워 온 대통령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약속 이행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헌정 중단 사태마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책임론과 청와대 고민=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은 최소 22억3200만원에서 최대 58억3200만원가량으로 파악됐다. 해석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이 4대 기업과 썬앤문에서 받은 504억8000만원의 10분의 1인 50억48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액수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당장 이날 “설사 10분의 1이 안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대통령이 10분의 1에 진퇴를 건 이상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이 같은 야권의 사퇴 공세에 맞대응할 카드를 선뜻 내놓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29일 오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보 3명에 대한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등 특검 수사 등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해 갈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14일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분의 1을 넘는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이미 멀리 나가 버린 상황이어서 사태 수습이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또한 10월 초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에 제안한 재신임 국민투표 역시 위헌 논란 때문에 사실상 접어둔 상태여서 마땅한 수습책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도 곧 추가적인 불법자금 수수가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의 대응전략=야권은 노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에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노 대통령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 문제에 공세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10분의 1 줄다리기’에 말려들 경우 검찰이 노 대통령측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축소 은폐하거나 한나라당의 불법자금 규모를 늘려 여권이 이를 ‘면죄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 대통령 측근들이 받은 돈은 모두 노 대통령을 향해 간 돈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통해 돈을 받아온 그동안의 대통령 측근비리와는 질적으로 구별된다고 보고 있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 후보가 후보직을 개인적인 채무변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후보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노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비켜가는 식으로 전개될 경우 이미 성안을 해둔 여야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대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는 처지이고 열린우리당도 “차라리 특검을 받아 모든 의혹을 털어버리자”는 의견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1월 들어 대선자금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총선기간 내내 측근비리 특검과 대선자금 특검, 그리고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삼각파도에 정치권 전체가 휩싸이게 된다. 이래저래 각 당은 앞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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