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말리는 ‘힘’역대 ‘小統領’ 닮은꼴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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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이 최근 청와대 인사문제까지 좌우하는 듯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소통령’ 호칭까지 듣게 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국정운영에서 여전히 시스템이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병선(崔炳善) 교수는 “전두환(全斗煥) 정권 시절부터 김대중(金大中) 정권에 이르기까지 헌법에도 없는 소통령이 실재(實在)하는 듯이 비친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된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그러나 강씨는 실제 그런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는데 소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권력의 사유화 현상, 즉 공적(公的)으로 사용돼야 할 권력이 여전히 사적(私的)으로 행사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하연섭(河連燮·행정학) 교수는 “예전의 소통령이라 함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었으나 강씨는 직책도 없고 지리적으로도 서울에서 가장 먼 부산에 있으면서 ‘실세’로 통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씨가 대통령수석비서관 인사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청와대 내부에 정책결정 과정 자체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는 결국 노 대통령이 말로는 탈권위 리더십을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는 권위만 무너뜨리는 데서 오는 일종의 정치병리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 리더십’의 저자인 최진(崔進) 경희대 겸임교수는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강씨를 말릴 수 없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 청와대에서 그의 입을 막으려고 한 적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 때의 장세동(張世東) 안기부장이나 김대중 정부 후반기의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말을 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하지만 강씨는 정권 초부터 소통령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사적(私的)인 성격이 강한 실세”라고 해석했다.

특히 과거의 ‘소통령’들의 언행은 대부분 막후에서 대통령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은밀하게 행사돼 왔다는 점에서 강 회장의 과시형 혹은 돈키호테형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권과는 달리 정권 초반기에 권위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다보니 강 회장처럼 좌충우돌하는 인사가 튀어나온 것”이라며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현 상황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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