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연례안보협의]“파병은 한국이 결정” 되풀이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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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방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왼쪽)이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후 국방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중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왼쪽)이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7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친 직후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합동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두 장관의 일문일답.

―한국의 재건부대 중심으로 3000명가량을 파병하는 방안에 동의하나.

▽럼즈펠드 장관=이라크에는 한국 등 33개국이 파병했다. (추가파병을 결정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파병과 관련한 각국의 조치는 그 나라가 결정할 문제다. 중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없다. 한국의 일은 한국이 결정할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이유는….

▽조 장관=큰 틀에서의 원칙은 합의했다. 다만 (용산 소재) 한미연합사령부 및 관련 시설을 어디로 재배치할 것인가는 실무자간에 더 논의해야 한다. 이 문제는 올해 말 최종 결론짓도록 추진하겠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일부가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되더라도 한국이 자체 능력으로 군사분계선을 방어할 수 있나.

▽조 장관=용산기지 이전과 2사단 재배치 이외엔 주한미군의 감축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된 10개 프로젝트 가운데 8개는 한국군이 권한을 넘겨받아도 문제가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및 대(對)화력전 문제는 ‘당장 이전’은 빠르다고 생각해서, 단계적으로 한국군이 이양받는 것으로 양국이 합의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동북아 안보에 투입되거나, 대(對)테러전에 투입될 가능성은 있나.

▽럼즈펠드 장관=방어태세가 약화하면 도발을 부른다. 한미동맹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춰야 하고,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 하지만 군사력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치명적 군사능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면 한국정부와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결정하겠다.

―북한이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나.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미국이 (서면으로) 안전보장을 해 줄 수 있나.

▽럼즈펠드 장관=북한의 핵개발 및 보유 여부는 내가 직접 평가할 수 없다. 이는 어느 나라가 그렇듯이 정보기관의 일이다.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여서 잘 모르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미소-농담없이 ‘딱딱한 회견 20분’▼

17일 오후 국방부에서 진행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기자회견은 시종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약 20분간 계속된 회견에서 ‘질문 통역 답변’만이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노트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속에 오갔을 뿐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회견 첫머리에 “대통령의 추가파병 결정에 감사한다”거나 “27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며 덕담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린 ‘70대 노신사의 섹시한 미소’나 특유의 농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투부대가 아닌 재건부대 중심으로 3000명을 파병한다는 한국 정부의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이 2번째 나오자 그는 “오, 마이 굿니스(Oh, my goodness)”라고 반응했다. ‘이런, 참’ 정도의 의미인 이 말은 듣기에 따라선, 같은 질문에 이미 답변했는데 ‘왜 또 묻느냐’는 짜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한국어 질문을 영어로 옮긴 통역에 대해 “몇 마디 놓쳤다. 다시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영국 BBC 기자가 던진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엔 한국어로 통역되기도 전에 답변을 시작했다. 이 바람에 미 국무부 소속 통역관이 럼즈펠드 장관의 답변을 ‘잘라내며’ 한국어 통역을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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