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파병案에 무응답…‘3000명 파병’수용여부 언급 안해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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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생각’조영길국방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에서 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후 공동기자회견문을 읽는 동안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파병 문제 등 현안에 관해 다른 속내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딴 생각’
조영길국방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신청사에서 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후 공동기자회견문을 읽는 동안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파병 문제 등 현안에 관해 다른 속내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17일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측이 우리 정부가 제시한 ‘3000명 범위 내의 재건지원부대’ 파병안 수용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협상도 결렬돼 한미간 현안에 대한 양측의 의견 조정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측 파병안의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파병 문제는 각국이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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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내 특정지역에 (재건지원 목적의) 비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해 “나는 한국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주한미군의 일부를 빼내 이라크에 파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럼즈펠드 장관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이날 “럼즈펠드 장관이 한국에 오기 전에 미측이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을 통해 3000명 파병안에 사의를 표시해 왔고, 이는 우리 정부의 파병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한미 국방당국간에 파병부대의 임무와 성격, 주둔지역 등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의 언급은 파병 결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뿐 파병 규모와 성격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말해 한미간에 미묘한 견해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용산 미군기지를 2006년까지 경기 오산과 평택으로 옮기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한미연합사의 군사시설과 잔류 병력 숙소 및 복지시설을 용산기지 안에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오산 평택기지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국은 또 주한미군을 한강이남 2개 권역으로 2단계에 걸쳐 재배치 통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재배치 1단계는 가능한 한 조기에 착수될 것이며 2단계 재배치 시기는 양국의 최고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와 함께 주한 미군이 맡고 있는 10개 특정 군사 임무를 한국군으로 전환한다는 기존의 합의도 재확인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향후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대(對)테러전과 관련해 구상 중인 신속대응군에 편입시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럼즈펠드 장관 일행과 만나 이라크 추가 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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