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이라크 파병]아랍어통역 확보 발등의 불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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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중동 지역인 이라크로 파병될 예정이다. 이슬람 문화와 관습에 적응하면서 최소한의 희생으로 치안을 지켜야 한다. 내년 2월까지로 기한이 잡힌 파병 전까지 국군이 준비해야 할 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슬람 환경에 조화 이룰 기본 갖춰야”=홍순남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의 지적이다. 우선 지역마다 온존하는 부족장제를 존중하며, 돼지고기와 술을 삼가라는 것이다. “우리식으로 대접한다고 햄이 든 김밥 같은 것을 내놓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얼굴을 함부로 쳐다보는 일 역시 피해야 한다. 황의갑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사무총장은 “여성 검문만을 전담할 상당수 여성 전투원 파병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슬람 사원은 사실상 ‘소도(蘇塗)’이며 국군이 아예 추적해 들어가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끝내 사원을 수색해야 한다면 군화 겉에 ‘덧버선’을 신는 예의를 보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이라크인들은 세계 최고(最古)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엄청나다”며 “가난한 패전 국민 취급해서는 갈등만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어 통역자가 급선무”=국군 1만명이 파병될 경우 250명 안팎의 아랍어 통역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개 소대당 1명꼴인 셈이다.

이라크는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탓에 중·노년층에는 영어 구사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상황으로 보면 파병된 국군이 엉성한 영어로 주민들을 상대할 경우 ‘미·영국군의 용병’ 정도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

특히 제마·서희부대와 달리 전투부대가 새 파병 부대의 상당수를 차지할 경우 ‘언어 소통 장애’로 인한 돌발상황만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4개 대학 5개 캠퍼스에 아랍어과가 마련돼 있어 매년 200명 안팎이 졸업한다. 복무 중인 아랍어 구사자들을 상대로 ‘특별 차출’하거나 입대 희망자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휘부 편제와 국익실현 준비 서둘러야”=국방연구원 김재두 박사는 “파병 부대는 현지 치안유지뿐 아니라 장차 이라크에 진출할 한국기업의 원활한 활동 등 국익을 보장할 외교적 여건까지 조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책임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파병부대 지휘부는 현지 계엄사령부뿐 아니라 ‘군복을 입은 외교관’으로서도 활약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이 때문에 총격전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순식간에 군사적, 외교적 의미를 따질만한 민간인 출신의 민정 보좌관이 사령관 곁에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지휘부 인적구성부터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또 “미국의 경우 파병부대 지휘부와 기업인들이 충분히 호흡을 맞추고 현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도 파병 전에 관련 정부 부처와 KOTRA, 전국경제인연합회, 개별 기업 등이 한자리에 모여 요구사항을 일제히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 일단 파병되고 난 후 이 같은 모임을 갖는 것은 이미 늦다는 지적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한국형 사단의 성격은▼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함에 따라 미국이 요구한 ‘경보병(light infantry)’의 성격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경보병은 전차, 대포 등으로 중무장한 전투병과는 달리 소총 등 개인화기로 무장하고 헬기를 이용해 신속히 작전지역에 투입돼 적 후방 타격과 전후 치안질서 유지 등을 수행하는 부대를 말한다. 미국의 정예 경보병 부대로는 82공정사단 및 추가파병되는 한국군과 교대될 것이 유력한 101공중강습사단 등이 있다.

경보병은 한국군 편제에는 없지만 부대기능 및 임무성격으로 볼 때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특공여단 및 군단 특공연대, 수색대대 등이 그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치안유지와 지뢰 제거, 폭발물 처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이라크 북부에서 전후 복구에 나설 우리 장병들을 보호하려면 기동성 있고 고도로 숙련된 전투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특전사는 ‘0순위’로 꼽힌다. 1999년 동티모르 유혈 사태시 유엔의 경보병 파병 요청을 받았을 때도 정부는 특전사를 주축으로 한 상록수 부대를 보냈다. 특전사는 또 게릴라전이나 대규모 테러 등에 대비한 훈련도 잘돼 있다.

군 관계자는 “이라크의 불안한 치안상황과 병력동원의 신속성, 지휘체계 등을 감안할 때 치안유지군은 최정예 특수부대가 주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따라서 교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엔 특전사를 배치하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엔 일반 보병을 파병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라크에 추가파병되는 ‘한국형 독자사단’은 치안유지와 부대 방호를 전담할 경보병과 전후 재건을 위한 공병 수송 의무 통신 등 지원부대를 합친 ‘혼성부대’가 될 전망이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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