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지원' 지차체-행자부 마찰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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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낮은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급식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운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정부는 지자체가 학교급식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례 제정을 막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국에서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단체 연대회의’를 구성해 각지에서 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의 학교급식 지원 움직임=전라남도는 20일 ‘전남도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공포했다. 이 조례는 ‘전남도지사는 도내 각급 학교기관의 신청을 받아 학교급식에 우수 농산물을 지원하기 위한 경비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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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관계자는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사무는 지자체의 사무라는 대법원 판례(‘학교급식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96년 11월 29일)가 있고, 도민 4만9549명이 발의한 조례여서 공포했다”면서 “또 조례에서 급식재료를 ‘우리 농산물’이 아닌 ‘우수 농산물’로 규정한 만큼 외교통상부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위도 2일 지자체가 학교급식에 우수 농산물을 지원하는 경비를 일부 부담토록 한 학교급식조례를 의결했으며, 경북도의회 교육환경위도 1일 학교급식에 사용될 지역 농수축산물 재료비의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한다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에서도 1일‘서울시 학교급식조례 제정 운동본부’가 발족했으며, 경남 제주에서도 이달 들어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연합단체를 출범시켰다.

▽정부의 반대 이유=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집행을 분리한 지방자치법(112조)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20조, 40조)에 따라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시도지사의 소관이 아니어서 법령에 근거 없이 재정을 지출할 수 없다”면서 이 조례의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는 20일 “전남도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했으나 전남도의회가 이 조례를 원안대로 다시 통과시키고 전남도가 이를 공포함에 따라 전남도지사가 직접 이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제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행자부 김동완 재정과장은 “조례 제정의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현행 법 체계상 학교급식법 등 관련 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남도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급식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부는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마다 재의를 요구하고 지자체가 이를 거부하면 대법원에 제소하는 사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 의견=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이진파 사무처장은 “학교급식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최상의 급식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소망이 담긴 중요한 자치행정 사안”이라며 “정부는 법조문에만 얽매여 이를 막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취지는 옳은 것인 만큼 지자체의 요구 등을 반영한 종합적인 장단기 학교급식대책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안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79건에 6242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81%(5063명)가 학교와 회사를 포함한 집단급식소에서 발생했다.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 진행 중인 자치단체 (가나다순)
광역자치단체전남(조례 공포) 경기 경남 경북 대구 대전 부산 전북 서울 인천 제주 충남 충북
기초자치단체나주(조례 제정) 서울(강북구 금천구 노원구 동대문구 성북구) 울산(남구 동구 북구) 강진 고양 구리 목포 성남 안산 안양 원주 여수 진주 창원 춘천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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