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재단 창립 50돌]해리하딩"北核 해결 쉽지않다"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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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하딩 미국 조지워싱턴대 엘리엇 국제대학원장(사진)은 13일 오후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장기적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는 적당히 덮고 지나가자는 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딩 원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로,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재단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북한 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8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중국은 매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혁명 이후 중국이 동북아에서 중요한 외교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 양쪽에 구체적 진전을 위해 ‘양보’를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중국이 1차 6자회담 때 ‘향후 회담에서 일본이 납북일본인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이런 요구는 다분히 북한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은 회담에 나오지 말라’고 요구, 한 발 더 나갔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중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립적인 균형을 잘 유지했다.”

―북한 핵 해결 과정에서 주변 4강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나.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 목표가 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의 장기적 목표도 동일할지는 회의적이다. 마음속 깊이 숨겨둔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 북한 핵 해결을 가로막을 수 있는 갈등요소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당분간은’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통일된 한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국익에 부합할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통일한국이 안보동맹의 파트너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한편 (7000만명의 인구에 200만에 가까운 군사력을 갖춘) 통일한국의 전략적 태도에 대해 일본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대단히 어려운 고난도의 방정식이 등장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요인들이 주변 강국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견이지만, 미국은 중국보다는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고 본다. 물론 통일 방식도 김정일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긴 하다.”

―그렇다면 2차 북핵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한가.

“이런 복잡한 셈법 때문에 북한 핵 위기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적당히 덮어두자’는 미봉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부에선 1994년 제네바합의도 동일한 환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나온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주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안을 약속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나.

“중국은 미국이 보다 확실한 ‘정책’을 갖고 협상에 임해 달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사실 워싱턴에선 지금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빚어지곤 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국 일본 정부가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제시한 로드맵에 대한 세부적인 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이미 정책대안을 세워놓았지만,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줄 ‘당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미리 북한이 알아차릴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파월 장관의 발언은 국무부가 (북한에 줄 당근 등을 포함한) 한반도정책을 만들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본다.”

―중국은 북한 지도부를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 정부가 기존의 군사동맹 관계의 틀을 벗어던지고, 북한 다시보기를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탈북자 문제나 멈춰서 버린 북한 경제의 심각성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의 몽골행을 놓고 중-몽골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중국은 20∼3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북한 핵이 중국의 안보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중국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북-중 관계는 중대한 변화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서 중국 지도부의 견해는 무엇인가.

“중국 내부에서 정권교체 이야기가 나오지만, 핵심은 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에선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한 뒤엔 덩샤오핑(鄧小平)이란 걸출한 지도자가 존재했다. 과연 북한에 제2의 덩샤오핑이 존재하느냐, 최소한 그런 후계구도가 가능한 체제가 마련돼 있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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