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감싸는 세력 누굴까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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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문광위의 KBS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국감장 밖에서 자유수호국민운동 회원이 KBS의 송두율씨 관련 보도를 비난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제기자
2일 국회 문광위의 KBS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국감장 밖에서 자유수호국민운동 회원이 KBS의 송두율씨 관련 보도를 비난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경제기자
국가정보원이 1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확인한 송두율씨에게 동조하거나 그를 비호한 국내세력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씨의 입국 결행은 그의 개인적 결심과 함께 송씨의 활동에 공감하는 각계 인사들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송씨의 친북(親北) 활동 혐의에 대한 사전 인지(認知) 여부를 떠나 그를 옹호하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입국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됐다는 추론까지 나돈다.

송씨가 귀국 전인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나의 귀국을 위해 많은 분들이 많이 애쓰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선 우선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송씨에 대해 잇달아 우호적 발언을 한 것에도 의구심을 비치고 있다.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들의 발언이 송씨에 대한 ‘엄호사격’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송씨의 청와대 초청 의사를 내비쳤고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이 지난달 24일 “설사 (송씨가)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할 수 있겠어요. 그보다 더한 정치국원 이상의 인사들도 왔다 갔다 하는 판에…”라고 한 발언 등이 결과적으로 그의 입지를 넓히는 동인(動因)이 됐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 집중 포진한 ‘386’ 운동권 세력도 송씨의 또 다른 우군(友軍) 세력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의 박주선(朴柱宣) 의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송씨가 과거 활동에 대해 반성하고 실정법 준수를 약속하면 공소보류도 괜찮다고 본다”며 “그러나 사법처리와 별도로 송씨의 선처를 사전 보장했거나 묵인한 세력이 있다면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성향의 학계 및 사회단체 내에서도 송씨 동조세력의 존재가 감지된다. 송씨가 독일에서 입국할 때 일부 교수가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고, 또 다른 교수는 그의 국내 활동 문제를 다각도로 협의해 왔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부에 진출한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학자들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1일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 등은 “송씨가 친북 이론의 준거틀로 삼은 ‘내재적 접근론’과 관련한 국내 대표적 학자는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아닌가”라고 공세를 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송씨의 대남 선전선동전술에 동조하는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학자 일부가 현 정권의 핵심에 포진해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희석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차장은 그동안 “송씨의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을 전혀 비판하지 않는 점이 문제였고 나의 북한에 대한 이해방법은 ‘내재적 비판적 접근법’이었다”고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사회단체 중에선 그의 입국을 주선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단연 주목 대상이다. 사업회의 박형규(朴炯圭)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행자위 국감에서 “노 대통령에게 송씨의 초청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적은 있다”면서 “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간첩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두율씨 관련 발언
발언자시간 및 장소내용
노무현 대통령9월24일,부산 울산 경남지역 언론인과의 합동인터뷰“벌 받을 일이 있더라도 치하 할 일이 있으면 초청해도 괜 찮다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원론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념적 갈등이 심한 사회라 보통 혐의가 아닌 북한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혐의를 가진 사람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안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참모들의 생각이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9월24일, 서울지검 기자들과의 오찬장“설사 김철수라고 해도 처벌할 수 있겠어요. 그보다 더한 정치국원 이상의 인사들도 왔다갔다하는 판에”
이강래 통합신당 의원9월2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민주화 운동기념 사업회가 나름대로의 선정 기준에 따라 송 교수를 초청한 것 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
송석찬통합신당 의원“송 교수 (국내) 초청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이사장“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 위원으로 간첩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지겠다. 송 교수 초청을 서신으로 노 대통령에게 요청한 일은 있다”
백도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7월11일,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장(노 대통령에게) “송씨 등 국외에서 활동 중인 민주인사의 입국을 배려해 달라”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청와대 宋씨 실체 언제 얼마나 알았나 ▼

송두율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간의 정보교류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주요 사회 현안을 챙기는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측은 “우리도 신문보도나 TV 보도내용 수준에서 알고 있으며 국정원으로부터 사전에 상세한 보고를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 국정원의 일일 정보보고도 사라졌으며 제도개혁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정도가 파견 나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국정원에서 조사 중인 사안을 일일이 보고받을 경우 자칫 사건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송씨 혐의에 대한 국정원 발표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도에서) 알려진 혐의수준에서 대통령이 알았을 것이며 국정원 발표 내용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노 대통령이 송씨 사건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되는 중대 사안임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한 것은 참모들이 사안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처럼 정치사찰 정보는 파악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안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은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씨 귀국 이후 청와대는 국정원 수사정보에 대해 “일절 보고를 받은 적이 없고 보고를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해 왔다.실제 송씨에 대한 친북활동 정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에 국정원에서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대북화해 정책을 추진했던 DJ 정부에서도 송씨 입국에 대해서만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이처럼 중요한 정보가 새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에게 제대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다면 국정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 정부도 사건의 전모를 충분히 파악하고도 상황을 지켜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송씨 입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정원 사이에서 상당한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를 청와대에 초청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없지 않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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