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人事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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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후임에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자문교수단 출신인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탁되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실제 인사추천위원회는 행자부 장관의 인선 기준으로 정부개혁을 주도할 ‘강한 추진력’을 최우선 순위에 꼽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핵심 측근인사 위주로 인재 풀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당시 장관직에 대해 “2년 정도는 임기를 보장할 생각이다”고 밝혔으나 해양부 장관에 취임한 지 7개월 된 허 장관을 발탁함으로써 이런 기준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끝까지 (장관직 수행을) 버텨달라’며 간곡히 부탁했는데도 내년 총선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김 장관이 사표를 내는 바람에 서둘러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 안팎에서는 8월 청와대 비서진 인사 때 논란이 된 ‘순환보직 인사’가 일선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장관 인사에까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사추천위가 관료 출신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정부개혁과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하기에는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유력후보군에서 일찌감치 배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선 때 자문교수단, 인수위 때 경제1분과 위원을 지낸 허 장관을 전공(회계학)과는 거리가 있는 행자부 장관으로 발탁한 배경에 대해 노 대통령이 그의 ‘경력관리’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돈다.

청와대 한 386 참모는 “허 장관의 경우 부산경실련상임집행위원장을 지낸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대통령이 그를 정치인으로 키우겠다는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신임장관 프로필▼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학자 출신으로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과 함께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됐다.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초중고교를 광주에서 나온 뒤 대학은 부산에서 다녀 영호남을 아우르는 인맥을 갖고 있다. 해양부 장관 시절 새만금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3보1배’ 행진에 참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행정자치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은 없다.

△경남 마산(56) △동아대 상대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 석·박사 △동아대 경영학부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로는 처음으로 해양부 장관에 올랐다. 행정고시 동기(17회) 가운데 가장 먼저 장관이 됐다. ‘공무원은 좀 튀면 안 되나요’ 등의 에세이집을 내 ‘열려 있는 관료’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설친다’ ‘튄다’는 비판도 받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6대 해양부 장관 시절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하며 직설적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경남 고성(49) △고려대 법대 △해양부 수산물유통국장 △항만정책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기획실장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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