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核-체제보장 빅딜' 北-美 탐색전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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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명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베이징(北京)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은 27일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은 북한핵 문제의 폐기 당위성엔 의견을 같이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에 있어선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북-미의 입장 및 양자접촉=최대 쟁점인 북핵 폐기와 북한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미국은 기조발언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북핵 폐기를 거듭 주장했으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야말로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맞섰다. 이 같은 현격한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미국은 회담장 내 응접 테이블에 있던 북한 대표단에게 비공식 양자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측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환이 선행돼야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대표단도 태도 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양자 접촉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1시간에 걸친 기조발언에서 북핵 폐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 체제 안보에 대한 북한의 우려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북한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북한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북한의 대외 경제협력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북한측이 생각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핵 폐기를 전제로 시사한 대북 협력 문제는 북-미 양측이 현안 해결을 위한 각종 조치를 동시에 이행할 때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가국의 입장=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핵문제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중단하고, 모든 핵개발 계획을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은 이와 함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북 지원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종용했다.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와 일본을 위협하는 탄도미사일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북핵문제와는 별도로 일본인들을 격앙케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대북 현안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회담의 본질적인 의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전체 회담보다는 북-일간의 양자 접촉을 통해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폐기와 함께 북한이 체제안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으로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체제를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해결을 통한 동북아의 안정을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편으론 북한에 대한 어떤 형태의 압력이나 제재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견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북 제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보다는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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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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