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섣부른 자주국방론의 파장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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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4개 경제신문과의 회견에서 “내년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올리고 임기 중에는 3.2%까지 올리려 했는데 예산이 빡빡해 아무리 짜내도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10년 안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지 열흘 만이다. 경축사에선 국가의 장기적 목표를 제시했고, 회견에선 예산 증액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어서 상충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주국방 하겠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돈이 없어 어려울 것 같다’고 한발 뺀 격이어서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노 대통령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자주국방을 반대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돈이다. 자주국방의 기틀을 갖추려면 10년간 GDP 대비 3.2∼3.5%의 국방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판단이다. 올해 2.7%에서 내년 3%로 0.3%포인트 올리는 것도 벅차서 엄두를 못 내는 형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방비만 늘리고 다른 분야는 그대로 둘 것인가. 인수위 때 교육재정은 GDP의 4.7%에서 6%로, 농림 예산은 총 예산의 10%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 돈은 또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경축사 작성과정에서 예산전문가들과 사전논의를 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돈만 쓴다고 해서 자주국방이 되는 것도 아니다. 4강의 중심에 놓여 있는 우리로선 한미동맹과 다자안보체제의 구축을 통해서 안보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국방이다. 자주국방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때마다 그것이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부터 따져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선자 시절에 한 몇 마디 말로 한미관계가 한동안 불편했지 않은가. 주한미군 재배치론이 급물살을 탄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자주국방론에 대한 주변국들의 시각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뒀어야 했다.

국방과 관련된 대통령의 언행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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