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善政않는 임금은 백성이 추방”…‘맹자 방벌론’ 파장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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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3 하버드 국제학생회의’에서 개막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면서 아이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전영한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3 하버드 국제학생회의’에서 개막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면서 아이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전영한기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21일 퇴임 후 첫 공개연설에서 ‘백성의 뜻에 의한 폭군 교체’를 합리화한 맹자(孟子)의 ‘방벌론(放伐論)’을 언급,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03 하버드 국제학생회의’ 개막식에 참석한 김 전 대통령이 한 특별 기조연설의 주제는 ‘아시아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

퇴임 후 민감한 정치현안에 관해 말을 아껴온 김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2300년 전 중국의 맹자는 ‘임금의 권력은 하늘이 백성에게 선정(善政)을 하라는 천명(天命)과 더불어 내린 것이다.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들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많은 서구학자들이 ‘아시아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문화적 전통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기 위해 말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굳이 맹자의 방벌론을 예로 든 것을 놓고 최근의 복잡한 정치상황과 연관짓는 해석들이 나오기도 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연작(燕雀)이 어찌 대붕(大鵬)의 뜻을 알겠느냐”면서도 “뜻이 없는 말을 던지지 않는 분이 이 시점에 왜 그런 언급을 하셨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햇볕정책(대북송금)에 대한 정치적 소추나 심상찮은 민의(民意)에 대한 성찰을 담은 듯싶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지나치게 코드 중심의 권력 운용으로 민심 일반과 유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조언을 현 정부에 우회적으로 던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과거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분으로서 4·19혁명이나 6·3사태와 같은 민주주의의 일반원리를 지적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를 현실정치와 결부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도 “아시아의 민주주의 전통을 얘기하면서 항상 써온 예에 불과하다”며 “전직으로서 현직이 잘되기를 바라는 신중한 처신을 해온 김 전 대통령에게 그런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일축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에 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북핵 문제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의 핵심과제는 북-미간에 해결돼야 한다”며 “북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6자가 공동으로 이를 또 한번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원칙은 일괄타결하고 실천은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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