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실장 향응'조사결과 큰차이]민주 “민정수석실 개편해야”

  • 입력 2003년 8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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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이 양 실장의 사표 수리로 일단락은 됐으나 당초 “별일 아니다”며 양 실장에 대해 구두 경고 조치만 내렸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했다.

청와대측은 “대통령에게 전달하라고 했던 베개 선물까지도 숨김 없이 공개했다”며 조사의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왜 처음부터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1, 2차 조사 결과가 180도 다르게 나온 데 대해 “최초 양 전 실장이 축소해서 말하는 바람에…”라고 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해명은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1차 조사 때 술값이 43만원에 불과하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우리 식구’라는 온정주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수석은 “(1차 조사 때) 양 전 실장이 사건 비호 및 청탁 등 비리에 개입했거나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 중점 조사했다”고 말했지만 언론의 대대적 보도 이후 2차 조사를 벌인 끝에야 청탁 사실을 밝혀낸 것도 민정수석실의 기능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민정수석실의 ‘부실조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민정수석실의 인적 제도적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6월 6일 청와대 비서진의 새만금 소방헬기 시찰 파문 때도 처음에는 비서실장의 구두 및 서면 경고조치만 했다가 언론보도로 일이 커지자 뒤늦게 비서관급 3명의 사표를 수리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시 땅 매매 의혹이 터졌을 때도 민정수석실은 ‘청와대와 무관한 일’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의혹이 커질 대로 커지고나서야 해명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주당에선 차제에 민정수석실의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다른 곳은 타 기관이 감찰을 하는데 청와대만 자기(청와대)가 자기 사람을 조사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래서 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두자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실 비서진이 나름대로 순수함을 갖고 있을지 모르나 통치는 순수함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판의 초점이 민정수석실에까지 미치자 “양 전 실장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밝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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