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강경입장서 선회배경]美, 한국 제안 ‘로드맵’ 긍정 평가

  • 입력 2003년 8월 1일 23시 05분


코멘트
북한이 6자회담을 받아들인 것은 한미일 3국이 마련한 대북(對北)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인 듯하다. 정부는 올 3월 이래 꾸준히 다듬어온 ‘북핵 로드맵’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로드맵은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을 계기로 성격변화 과정을 거치기는 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이 3월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나 제시한 로드맵은 북한을 어떻게 대화에 끌어들일지에 대한 방안을 담은 것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다자회담 속 양자회담’을 보장할 경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는 게 당시 윤 장관의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파월 장관은 “한국의 (로드맵) 제안이 흥미롭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고, 대신 3자회담 구상을 통보했다. 정부의 로드맵 구상은 효력을 상실하는 듯했다.

정부가 다시 로드맵을 꺼내 손질하기 시작한 것은 베이징 3자회담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파행을 겪은 뒤부터. 정부가 새로 마련한 로드맵은 단순히 북한을 대화의 장에 끌어내는 차원을 넘어 다자대화가 시작될 경우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느냐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6월 초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직전 정부는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수혁(李秀赫·외교부 차관보) 이니셔티브(구상)’로 불리는 새로운 로드맵을 만들어 미국에 제안했다.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하고 핵개발 포기 의사를 천명할 경우 일차적으로 대북 체제 보장을 구두로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해 북한이 핵폐기 조치를 취하는 단계에서 다자 참여국들이 ‘문서’로 체제 보장을 해주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TCOG 회의에서 이 구상을 미국에 제안한 뒤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미일 3국은 이어 7월 2, 3일 이틀간 워싱턴의 한미일 3국간 비공식 협의를 통해 방향을 정리했다. 이라크전쟁과 관련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설문 정보 조작 파문으로 미 강경파가 잠시 수세에 밀린 틈을 타 온건파들이 본격적인 대북 제안을 추진하면서 6자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