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뚝심외교… 北밀착 성공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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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을 제치고 북한의 새로운 후견국이 될 것인가.

북한이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해 온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통해서 6자회담 참여 의사를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다자회담 구도를 6자회담으로 확대시켜 회담 ‘참여권’을 따낸 데 이어 북한의 의사를 외부에 전달하면서 외교적 비중을 높였다.

한 러시아 외교소식통은 “앞으로 북핵 관련 회담을 둘러싸고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제한하려는 미국과 북한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독점하려는 중국의 견제를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회담 참여로 다자회담이 한국-미국-일본 축과 북한-러시아-중국 축이 균형을 잡는 구도로 변화하게 됐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과장돼 왔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러시아는 최근 매년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신뢰관계를 높여오면서 “북한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4월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았을 당시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이 내놓은 부정적 전망대로 3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러시아를 제외한 5자회담 구도가 확실해지던 지난주까지 러시아는 “북한은 러시아 없이는 결코 다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관련국의 ‘의도적 외면’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북핵 해법 제시와 북핵 특사 파견, 다자회담 장소 제공 제의 등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뚝심외교’를 계속해왔다.

러시아는 앞으로 집단적인 한반도 안전 보장 체제의 구축과 북한 에너지 문제 해결 등에서 역할을 더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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