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일괄처리 합의 배경]野-감세 與-추경 주고받기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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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재경위에서 한나라당의 근로소득세 인하 방안을 정부 여당이 수용하는 대신 한나라당은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원안에 가깝게 처리하는 데 잠정 합의함으로써 7월 임시국회의 최대 민생현안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9일 국회 재경위의 최종 논의를 남겨두긴 했지만 이 같은 잠정 합의는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이 쟁점 현안에 대해 ‘절충점’을 모색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면적인 감세(減稅) 정책을 내건 한나라당으로선 요구 조건 중 근로소득세 인하와 특별소비세 인하폭 확대라는 성과를 얻어내 ‘감세 공세’의 성과를 이뤘다. 정부도 야당의 감세 공세를 일부 수용하는 대신 4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나오연(羅午淵) 국회 재경위원장은 “여야와 정부는 추경안과 특소세법, 근로소득세법 개정안의 포괄협상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며 “야당이 요구한 감세정책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국회 재경위는 9일 법안심사소위 등을 열어 구체적인 세율 인하폭 및 추경안 조정내용을 확정짓는다.

여야와 정부는 감세정책과 관련해 근로소득세 인하 방침에는 의견을 모았으나 법인세 인하 방침에는 이견을 보여 절충 과정이 주목된다. 그러나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단기부양책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인세 인하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야-정의 합의가 이뤄지기 직전 한나라당은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가 소비, 생산, 투자 등 전 분야로 파급되고 있어 정부 지출 일변도의 재정정책 이외에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근로소득세 감면 확대 △중소기업 대상 법인세 조기 인하 △특별소비세 인하안을 제시한 것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야당상’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적 성격도 없지 않다.

김성식(金成植) 제2정조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급할 때면 들고 나오는 특별소비세의 한시적 인하와 같은 일시적 세금 감면은 민간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다”며 “장기적으로 자신의 소득이 확실히 늘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일관적인 감세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감세 정책
내용세부 내용세수 감소 효과
중산 서민층 생활 안전을 위한 세제 지원△근로소득세 조기 인하:연간 소득 30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5%포인트 상향 조정, 연말 정산시 환급△의료비 특별공제 폭 확대:총급여 3% 초과시→2% 초과시1조500억원 정도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중소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12%에서 10%로 인하△중소기업 특별세액공제 기간 연장:2003년 12월 31일→ 2005년 12월 31일9500억원 정도(2004년)
특별소비세율 인하△에어컨 촬영기 등 전체적으로 20% 세율 인하△승용차 특별소비세의 경우 배기량에 관계없이 평균 30% 수준 인하△녹용 향수 등의 비과세 -단 고급소비행위(유흥주점, 골프장), 사행행위(카지노 등) 는 현행 세율 유지4000억∼5000억원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국회 재경위 특소세 공방▼

8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1500cc 미만 소형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제를 요구하는 야당과 “한미 통상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어 수용이 어렵다”는 정부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재경위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 김정부(金政夫)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1500cc 미만 승용차는 사실상 생활필수품으로 볼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면세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2000cc 이상 승용차의 특소세율은 현재 14%에서 10%로 4%포인트 하향 조정한 반면 1500cc 미만 소형차 특소세율은 7%에서 6%로 단 1%포인트만 내린 것은 조세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정부안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의원은 “국내 등록차량의 40.1%를 차지하는 1500cc 미만 승용차의 특소세를 면제하지 않는 것은 대형차 위주인 미국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며 “(특소세 인하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런 명분을 내세워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혼동스럽고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은 “98년 미국과의 양해각서에서 집단적 조치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소형차 쪽에 특혜를 주는 내용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에 민주당 임종석(任鍾晳) 의원이 “1500cc 미만 승용차를 특소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면 통상문제가 발생하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김 차관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협상이 진행돼온 취지가 그런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특소세 인하는 세수 감소는 물론 미국과의 자동차협상 때 우리 자동차 판매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만약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정부와는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고 정부를 측면 지원했다.

특소세를 폐지키로 한 프로젝션 TV와 PDP TV 이외에 에어컨도 특소세 인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김 차관은 “에어컨은 8월이면 계절적 수요가 끝나 인하의 실익이 없어 국민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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