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제조기술 어느 수준?]1t미만 소형화땐 核위협 현실화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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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 중이라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고성능 폭발실험(고폭 실험) 장소를 발견했다는 뉴욕 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핵탄두 제조기술 수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핵 공격력은 핵탄두와 미사일의 결합 수준에 좌우된다. 즉 핵탄두를 작게 만들수록 운반수단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그만큼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20kt 규모의 핵폭탄 1∼3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사거리 2000km 이상의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핵 공격력을 갖추려면 고폭장치와 핵물질로 구성된 핵탄두의 정밀 소형화 작업을 마쳐야 한다.

북한이 만약 정교한 소형 핵탄두를 노동미사일에 실어 발사할 경우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도쿄(東京)와 6만명의 주일미군까지 사정권에 들어가 동북아 지역의 북핵 위협이 현실화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핵탄두를 소형화할 만한 능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핵탄두가 4∼4.5t이나 되었음을 고려할 때 북한이 실제 고폭장치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핵탄두 중량은 최소 2t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정교한 고성능 폭발장치의 개발 여부도 미지수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983년부터 70여 차례의 고폭 실험과 함께 93∼98년 수차례에 걸쳐 핵실험의 전 단계인 완제품 고폭장치 실험까지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93년 이후 고폭장치에 들어가는 부품과 재료fmf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완전한 고폭장치 개발과 고폭 실험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욱이 북한이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의 탑재 가능 중량이 0.7∼1t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현재로선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반면 북한이 1년 이내에 소형 핵탄두를 개발할 수 있다고 최근 CIA가 주장한 데 이어 일부 외신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을 통해 관련 기술을 입수했다고 보도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군 정보당국은 “확인해 줄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관련해 ‘보복공격 가능성’ 등 강성발언을 거듭한 점을 감안하면 비밀리에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성훈(全星勳)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면 투발(投發) 능력과 함께 핵물질을 쪼개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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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
핵개발 판단 근거북한의 실태
핵물질 확보 여부80년대 말 폐연료봉 재처리해 플루토늄 10∼12kg 추출 추정. 일부에선 플루토늄 7∼22kg 확보설(20kt 핵탄 1개 제조에 플루토늄 6∼8kg 소요)
고폭장치 기술 개발 여부1983년부터 70여차례 고성능 폭발실험, 1993∼98년 핵실험 전단계인 고폭장치 실험 수차례(미국의 최초 원자탄 개발 계획 때 총 2500여회 고폭실험 실시)
운반체(미사일) 개발 여부핵폭탄 중량 2∼3t으로 추정, 핵탄두 소형화 여부는 불확실. 북한 보유 중장거리 미사일의 탄두 탑재 중량은 0.7∼1t
핵실험 실시 여부미실시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核실험장 발견 경위-공개 파장▼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영변에서 멀지않은 용덕동에서 한 단계 진전된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다는 보도에 대해 1일 미 행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장 발견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 고위 당국자들이 모두 워싱턴에 와 있는 절묘한 시점에 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미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실험 장소 발견은 한국이 제공한 ‘첩보’를 CIA가 ‘정보’ 수준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탈북자 등을 통해 ‘용덕동에 핵과 관련된 시설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올 2월 이를 미국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첩보위성 등을 이용해 해당지역을 정밀 추적해 오다 먼지구름을 발견하게 됐으며 나아가 이곳에 핵폭발 실험을 할 수 있는 고폭 실험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고폭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1, 2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던 양의 플루토늄으로 3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핵탄두의 규모도 0.5∼1.5t으로 축소해 중장거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은 북한이 올 2월 26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이후 3월 말 폐연료봉 재처리에 착수해 현재까지 8000개의 폐연료봉 가운데 최소한 수백개를 이미 재처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국 일본 등에 통보했다.

이는 북한이 플루토늄의 추가 생산으로 핵무기를 다량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미국은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장 발견이라는 ‘악재’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北 핵실험 장소찾기 소동▼

‘북한 영덕동(Youngdoktong)을 찾아라.’

뉴욕 타임스가 1일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 영덕동에서 핵 실험장소를 확인했다”고 보도하자 한때 정부 안팎에서 영덕동 찾기 소동이 벌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문제의 기사가 인터넷에 뜬 뒤 6, 7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정부에서도 혼선이 생겼다.

실제로 1993년 당시 통일원(현 통일부)이 펴낸 ‘북한 지지요람’에는 영덕이란 지명이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어로 달리 발음될 수 있는 ‘용덕’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지요람에는 평남 숙천군, 증산군에 용덕리 2곳이 표시돼 있다. 2일자 조간신문은 이를 근거로 “문제의 장소는 숙천군 또는 증산군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일 정부 고위당국자가 “뉴욕 타임스 기사는 평북 구성시 용덕동 시설을 가리킨다”고 확인하면서 혼선은 일단락됐다.

뉴욕 타임스는 98년에도 미국 정보기관의 발표를 인용해 “평북 영변 부근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지하시설이 건설 중이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시설은 사후에 평북 대관군 금창리로 밝혀졌으나, 이곳에서는 거대한 동굴만 발견됐을 뿐 핵시설은 없었다.북한의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의혹이 영변 등 평북지방에 집중되는 것은 이 지역이 산세가 험하고 지반이 단단한 데다 주변에 인구가 적어 핵 실험에 따른 사고가능성이 적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이날 전화접촉에서 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파악한 북핵 정보의 수준과 대응책을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홍 총무는 “정부는 ‘한미 당국이 이미 추정해온 곳이어서 새로운 게 아니다’는 식으로 변명만 할 것이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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