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집 100억대 강도 청와대가 사건공개 막았다”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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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재미사업가 김영완씨(50·해외체류) 집에 지난해 7인조 떼강도가 침입, 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한 사실이 1년여 만에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당시 청와대에서는 사건 발생 직후 서울 서대문경찰서 실무자를 직접 불러 보고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사건을 공개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청와대측이 ‘검은돈’일 가능성이 큰 돈의 출처가 세간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직접 관할 경찰서에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

▽청와대 압력=경찰 고위 관계자는 23일 “사건 직후 서대문서 실무자가 청와대 민정비서실에 불려갔다”며 “청와대로부터 이런저런 지시를 받고 나온 뒤 정상적인 보고절차가 생략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 보고라인과 서울경찰청장까지 구두로만 이 사건이 보고됐다”며 “서류로 하는 통상적인 발생 및 검거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고라인인 서울청 강력계장부터 서울청장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며 “청와대의 압력으로 서대문서가 발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도난당한 ‘검은돈’이 정치권과 관계가 있으며 돈의 출처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청와대측이 경찰에 하명해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건 발생=7인조 떼강도가 김씨의 집을 턴 것은 지난해 3월31일 오전. 이들은 당시 김씨의 운전사였던 김모씨(40)와 공모해 침입한 뒤 김씨 가족을 흉기로 위협하고 집 서재에 보관돼 있던 100억원가량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서재에는 여러 개의 가방에 담겨 있던 현금 7억원과 5만달러,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24장, 현금 전환이 쉬운 무기명채권을 비롯한 각종 채권 300여장 등 총 100억원가량이 보관돼 있었다.

무기명채권에는 1998년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한 증권금융채권과 고용안정채권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이 채권은 실명 확인은 물론 자금출처 조사도 면제되는 등 이른바 ‘묻지마 채권’으로 불린다.

지난해 떼강도가 들어 100억원가량의 금품을 강탈해간 재미사업가 김영완씨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집.-이훈구기자

▽의혹투성이 수사=수사를 지휘한 당시 문귀환 서대문서 수사과장(현 마포서 수사과장)은 23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았고 미검거된 범인들을 다 잡은 뒤 서울경찰청에 보고하려 했으나 잔당 검거가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정식으로 보고하지 못했다”며 “구두로는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과 범인 검거시 이를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강도사건, 그것도 피해 규모가 100억원대인 대형 사건의 경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찰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문 과장은 당시 서울경찰청에 구두 보고만 했으며 이는 청와대측의 하명을 받은 상급기관 간부들이 묵인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경찰 내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11일이 지난 4월11일에야 김씨가 경찰에 출두해 피해조서를 작성한 배경도 의문.

김씨가 사건 발생 다음날 전화로 신고한 피해액은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24장뿐. 김씨는 11일 뒤 경찰에 출두해 현금과 채권 등도 털렸다고 뒤늦게 정확한 피해 규모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돈의 성격이나 출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김씨가 이를 청와대에 알리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행을 사주한 김씨의 운전사가 “부정한 돈이니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해준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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