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민시위에는 또 무엇을 줄 건가

동아일보 입력 2003-06-05 18:30수정 2009-10-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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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9개 농민단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까지 공동투쟁을 결의했다니 또 한번의 소란이 예고되고 있다. 힘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한 모습이다.

화교경제권을 갖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 가운데 단 한 개의 FTA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강대국들은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FTA나 지역블록을 통해 무역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다른 나라와 교류를 끊고 자급자족 체제로 들어가지 않는 한 FTA는 시대적 과제이다. 한국은 무역 없이 농업만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국가 장기전략상 FTA를 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칠레와의 FTA 협상에서 농민 반발을 고려해 쌀 사과 배에 대해서는 관세를 유지하고 포도는 계절관세를 부과키로 합의했다. 그 대신 우리가 칠레에 팔 수 있는 공산품 부문에서 적지 않은 양보를 했다. 물론 칠레 농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FTA는 전 산업에 대한 포괄협상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길 수 있다. 농업대국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면 타격을 보는 농산물 품목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주는 선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면 된다. 무조건 반대만 해서 될 상황이 아니다. 농민과 한총련을 포함해 국민 모두는 나라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분출하는 집단행동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번 농민시위는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익을 위해 결정한 문제라면 이해집단이 반발하더라도 화물연대 파업 때처럼 덤으로 얹어줄 생각보다 설득하면서 꿋꿋이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강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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