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포위츠 美국방 부장관 “美, 경제압박 가해 北核문제 해결”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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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31일 미국은 북한 경제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북한 핵 위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싱가포르 샹그리라 호텔에서 개최한 제2차 아시아안보회의(ASC)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 직전에 와 있다”며 “이 점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지렛대의 핵심 포인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경우 석유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 수단을 쓰기 어려웠지만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나 어떤 방식의 경제적 압력을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군사행동을 취하거나 다량의 뇌물(경제 지원)을 북한에 쏟아 붓는다 해도 단기간에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인내심을 갖고 대북 압박을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對北)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제공격은 관련된 국가들 사이에서 강력한 합의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부정적 입장임을 시사했다.

다음은 그의 발언과 일문일답 요지.》

북핵 해결 방법은 동북아 지역의 주요 국가들이 북한을 설득해서 북한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막다른 골목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설득할 수 있는 힘의 대부분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나온다. 북핵 문제 해결에 다자적 접근이 필수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對)북한 전략에 대해 빨리 합의에 도달하면 할수록 북한으로 하여금 더 빨리 현실을 깨닫게 할 수 있다.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에 대한 진정한 위협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지 못한다. 진정한 위협은 북한 체제의 실패로 인한 내부 폭발이다. 북한은 25년 전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갔던 개방의 길을 가야 한다.

한미 동맹관계는 굳건히 유지되어야 하나 발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장거리 초정밀 유도 무기시스템의 개발 △정보의 수집과 관리 능력의 향상 △기동성 신속성의 증대 등이 변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대북 억지력과 안정성을 더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으므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부담은 줄여야 한다. 한미 양국은 이미 미래의 동맹관계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일본 호주 필리핀 등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일문일답▼

―북한이 개혁을 하든 붕괴하든 수년이 더 걸릴 것인데 지금 당장의 북핵 위험에 대처할 방법은 없는가.

“당면한 문제는 북한이 핵을 수출할 위험성이다. 바그다드(이라크)라는 고객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시장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동맹국간 협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후 이라크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미군이 이라크에 장기 주둔하게 되면 동아시아의 주한미군 재배치도 영향을 받을 것 아닌가.

“장기 주둔이 될지 단기 주둔이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을 재빨리 배치하는 능력(기동성 신속성)을 입증해 보였다. 군사적 효용성이 업그레이드 됐으므로 군사 태세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미군 재배치 움직임에 대해 관련국들의 대중은 그 복잡성은 모른 채 당황해 할 텐데….

“그래서 우리도 아직 완전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91년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을 때 한국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설득에 몇 달이 걸렸다. 70년대 일방적인 주한미군 철수 때도 한국의 충격이 컸다. 그때도 ‘다른 전력으로 더 효과적으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우리가 미군을 모두 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평가와 전망▼

울포위츠 부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측 대표로 참석한 이경재(李敬在·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북핵 문제가 결국 이라크전쟁 때처럼 유엔 결의안의 형식을 통해 대북 제재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유엔에 넘어가 있음을 상기했다.

조순승(趙淳昇) 민주당 고문은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金炳基) 고려대 교수는 다자(多者)의 이름으로 행해질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선 단계별로 대책을 마련해서 북한을 일면 설득하고 일면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국헌(金國憲) 국방부 군축실장은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벼랑끝 전술’로 나갈 경우 ‘추가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미 정상이 합의했음을 상기했다.

싱가포르=이재호기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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