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회사 자금출처 의혹]작년여름 갚은17억 누구 돈인가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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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관계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 변제와 관련한 관계자들의 설명이 속속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엇갈리고 있어 관련 자금 흐름에 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채무 35억원 중 20억원을 이기명(李基明)씨가 갚았다=장수천이 한국리스여신측으로부터 빌려다 쓴 채무는 노 대통령과 친형 건평씨, 그리고 건평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오철주씨, 노 대통령의 운전사 출신인 선봉술씨 및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 이기명씨 등 5명이 연대보증을 섰다. 한국리스여신측은 채권 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연대보증인인 건평씨의 경남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소재 땅 300평 등에 대해 1999년 6월부터 가압류조치를 취했다.

장수천의 채무는 당초 20억원이었으나 이자를 합쳐 35억원까지 늘어났다. 한국리스여신측은 2001년 여래리 땅 300평(12억원)과 장수천 공장설비(1억9000만원)를 경매처분해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20억원 이상의 채무가 남아있었는데, 이 돈은 연대보증인 5명 중 이씨가 전액 변제했다는 것이 한국리스여신측의 설명이다.

▽석연치 않은 이씨의 설명=이씨는 장수천 채무의 반 이상을 부담한 데 대해 “장수천의 보증을 섰으니 법적으로 책임진 것이다”고 설명했지만 이씨가 왜 혼자 채무를 도맡다시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 채무 변제 시점과 매매과정 등에 대한 이씨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기 용인시 땅 2만4000평을 올해 2월 팔아서 갚았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지만 한국리스여신측은 이씨가 부담한 채무 20억여원 중 대부분은 대선 기간 중인 지난해 7, 8월 변제했고, 올 2월 시점에는 잔금 3억∼4억원만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의 설명과는 뚜렷하게 차이가 있다.

이씨가 매각했다는 땅은 용인시 구성면 청덕리 산27의 2 일대 2만4000평. 이 땅은 S산업개발 대표 박모씨를 채무자로 해 농협이 현재 22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로 박씨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월 초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근저당 설정액(22억7000만원)에 현금을 더 얹어주고 이 땅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땅은 아직도 이씨 명의로 등기가 돼 있어 실제 매매가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혹의 소지가 없지 않다.

이씨가 판 땅은 이밖에도 올 1월7일 구성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된 청덕리 산21 소재 5133평의 땅이 있다. 이 땅은 주택공사에 의해 수용돼 올 1월7일 보상비 4억2700만원이 나왔으나 이씨 형제 4인의 공동명의로 돼 있어 이씨의 몫은 1억여원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대선자금 전용 의혹”=이씨가 지난해 7, 8월 한국리스여신에 갚았다는 10억여원의 돈이 어디서 났는지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요구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난해 4월 경매에 부쳐진 건평씨의 여래리 땅을 낙찰받은 사람도 건평씨의 처남 민상철씨였다는 점을 들어 “장수천 부채와 관련해 외부자금이 유입된 흔적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7월은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씨가 한국리스여신에 변제한 돈은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씨가 올 2월 변제한 돈도 땅 매각대금이 아니라 대선잔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금감원, 장수천 관련 입장 돌변▼

한나라당은 생수회사 장수천의 30억여원 채무상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출기관인 한국리스여신의 자료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판단하고 있다.

장수천의 채무는 연대보증인이었던 건평(健平)씨의 진영 소재 토지가 경매당하고 다른 연대보증인인 이기명(李基明·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후원회장)씨가 나머지 채무를 대위변제해 채권 잔액이 전액 회수됐다는 게 지금까지의 청와대측 설명이다. 건평씨가 진영 땅 경매로 12억원가량을 갚고, 나머지를 이씨가 갚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올해 2월쯤 땅을 팔아 한국리스여신에 갚았다고 밝힌 반면 리스여신측은 지난해 7, 8월 대부분의 채무가 변제됐다고 주장해 의문을 남기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출금 상환과 가압류 해제를 둘러싼 의혹을 풀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개인신용정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들어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리스여신측이 ‘장수천에서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리스여신이 자료를 제출하더라도 못 준다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개인신용정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런 식이라면 물의를 일으킨 대기업 여신을 어떻게 발표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장수천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 기업인데 대출 회수과정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SK의 경우 장수천과 같은 처지인데도 자료를 공개한 만큼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금감원이 처음부터 거부의사를 밝혔던 게 아니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자료제출을 요청했을 때는 “한국리스여신에 요구해서 자료가 오는 대로 주겠다”고 했다는 것. 이후 “한국리스여신에서 자료가 늦어진다” “있어도 못 준다”는 식으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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