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세계]“美, 北과 직접협상 서둘러야”

  • 입력 2003년 5월 22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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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평양시내에서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의 미사일 부대가 평양시내에서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대화에 전념하라.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하라. 중국의 역할에 주목하라. 북한핵 담당 고위급 조정관을 임명하라. 그러나 강경대응책도 배제하지 말라.’

미국 외교협회(CFR)는 19일 ‘북한 핵 위기를 맞아’라는 보고서를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전문가의 상당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상황=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핵무기 보유 확언, 폐연료봉 재처리 선언, 한반도 비핵화선언 파기, 제네바 기본합의 불이행을 감행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미국의 공격이 두려운 나머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분석과 체제 보장, 북-미 수교,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 수단 키우기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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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2001년 6월 이후 북-미간 대화채널은 열어 두지만 핵, 미사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약 준수, 인권 문제를 우선적으로 일괄 해결해야 한다는 대(對)북한 정책을 정리했다.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의 포용정책은 포기했지만 국무부 국방부의 의견대립 속에 고립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 같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지된 강경기조가 다소 누그러들면서 다자구도를 통한 북핵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워싱턴과 서울의 시각차가 걸림돌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는 미국의 강경정책이 걱정스러운 눈치다. 한반도 주변 동맹국들은 “해상 봉쇄는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북한의 공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는 달리 다자구도보다는 북-미간 직접대화가 낫다고 본다. 핵협상이 결렬되거나, 미 중앙정보부(CIA)가 북핵 개발을 확인하더라도 이들은 북한에 압력을 넣을지 불분명하다.

▽정책제안=한반도 주변 동맹국과 동일한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우선 한미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한국민에게 한미동맹 중요성을 일깨우고, 장기적으론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한지, 주둔한다면 어떤 형식일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북한과 협상하고 동맹국과의 의견 조정을 전담할 고위급 조정관을 임명하라. 또 빠른 시일 내에 북한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 강경책을 써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현재 상황에선 동맹국의 일치된 동의를 얻기 힘들다.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국의 동의 하에 북한에게 핵동결 및 포기를 약속받은 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외국의 지원을 가로막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 방법이 유효하다.

중국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중국이 지닌 대북 영향력은 북핵 해결에 절대적이고, 해상봉쇄 정책을 펼 경우 중국을 통한 육로수송을 불허한다는 약속도 받아낼 수 있다.

▽비상대책=북한은 핵무기 개발능력을 이미 갖춘 상태에서 실제로는 무기 개발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협상이 실패한다면 미국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주변 4강에 식량 및 의약품을 제외한 원조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일부가 불참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제재 여부를 상정한 뒤 주변국에 찬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해상 봉쇄다. 핵물질 핵무기 미사일의 수출을 막고 마약 위조지폐 밀수품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러시아와 중국이 육상 수송로 차단에 협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방법은 전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상 실패 선언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주변국이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더라도 강경대응을 밀어붙이는 상황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하고 있을 경우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미 소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간 여유가 없다. 북한에 즉각 사찰을 받도록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협상 중단 등 엄청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해야 한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그러나 파생되는 방사능 유출, 한국에 대한 보복공격 가능성 등 값비싼 대가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분석한 한반도 주변3강의 북한 핵 관련 시각
중국일본러시아
북핵·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빌미 제공할 가능성에 촉각·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는 비난, 유엔 안보리의 제재는 반대·초기엔 북-일 수교에 대한 기대로 미온적 한국처럼 KEDO의 중유공급 중단결정에 반대. 이후 강경기조로 선회 분위기·북한핵이 미사일기술과 연결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 ·시베리아철도의 북한 통과와 한국 진입을 기대·북한 핵에는 원칙적인 반대. 그러나 구체적 해법에는 아직 혼재된(mixed) 입장
북-미-중3자회담·북한의 행태 못마땅하게 생각·다자해법보다는 북-미 직접대화를 선호·3일간 의도적인 석유공급 중단으로 북한 압박설·초기엔 북-미 직접대화 필요성 강조·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한국 중국보다 떨어짐·3자회담엔 참석 대상 아님·유엔 지도하에 북-미간 직접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3자회담 참석 대상 아님
대북강경조치·북-중 국경지역의 난민 유입 가능성을 우려·북한 핵시설 공격 때 북한의 일본에 대한 미사일 공격 우려·대북송금 규모 및 속도조절중. 경제제재는 유엔 결의 또는 다자간 합의가 전제조건·북한핵 관련해 미국 주도의 유엔 비난 결의안에 중국과 함께 반대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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