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위기감 느껴서야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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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3개월도 안된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다간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자탄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 기강해이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위기의 근인(根因)은 개혁바람에 편승한 불법과 무질서, 무원칙과 비상식이고 그 대표적 증상은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노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하다.

노 대통령이 방미를 계기로 외교안보에서의 대변신을 보여준 데 이어 5·18 불법시위를 전후해 내정(內政) 분위기 일신을 꾀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 시위주동자 엄단 및 전교조 집단행동 엄정 대처 지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월권’에 대한 경고,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노조의 명분과 권익에 대한 재평가 언급 등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나아가 한총련 시위를 ‘난동’으로, 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기 요구를 ‘독선적 극단적 주장’으로 규정한 노 대통령의 ‘코드 조율’이 예사롭지 않다. 대선 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정체성 상실이라고 비판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말에 개의치 않는 것이 옳다.

외교안보노선의 변화가 국익과 실용주의로의 불가피한 전환이라고 한다면 내정기조의 변화는 법과 질서, 원칙과 상식으로의 당연한 회귀라는 점에서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대선 때의 ‘내 편 네 편’을 의식하지 않아야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꼭 위기관리특별법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도 법과 질서가 존중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상성(正常性)’을 회복하면 위기관리는 절로 이뤄지게 마련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다 국가대란을 초래한 화물연대 파업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노 대통령이 다시는 상황논리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익집단이나 정치권도 각자의 이해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리한 요구나 정쟁을 자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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