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DJ때는 영남때문에 어려웠는데…"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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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제23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한 희생자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광주〓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제23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한 희생자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광주〓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23주년을 맞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국민통합’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최근 이 지역에서 일고 있는 ‘호남소외론’을 진화하기 위해 애썼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전남대 특강을 통해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는 대구 경북 민심이 등을 돌려 정치적 입지가 어려웠고,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는 영남인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 정책 수행이 어려웠다”며 “나도 정부를 인수하고 나서 보니 그때의 문제가 나타나 당혹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 전남지역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광주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광주 시민 못지않게 광주정신을 각별히 갖고 있다”며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나 챙기고자 하는 욕심을 모두 광주정신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어떤 것은 (광주정신이) 아니다”면서 우회적으로 지역감정에 근거한 소외론을 비판했다.

방미기간 중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당선 직후 ‘선(先) 북핵 문제, 후(後) 소파 개정 문제’라고 말했고 내 생각에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며 역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전남대 특강에서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해본 생각이다”고 말을 꺼낸 뒤 “브루노라는 사람은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화형을 당한 반면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인한 뒤 살아서 재판소를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의미가 있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브루노를 좀 더 좋아하는 쪽이었다. (병자호란 때 주화파와 주전파로 갈렸던) 최명길과 김상헌도 역사에서 반복되는 논쟁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게 현실이고, 그걸 하려고 미국에 갔는데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해야지 자꾸 기분 나쁜 소리 하면 되겠느냐”며 “앞으로 한미관계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그때그때 시정해갈 수 있을 것이니 너무 비관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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