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몸 낮춘 盧…對美觀 바뀌었나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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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기간 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미(親美) 발언’을 놓고 노 대통령의 미국관이 바뀐 것이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워싱턴의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고 반문하던 예전의 노 대통령이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공동성명에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데 유의했다’는 대목이 들어간 것이 노 대통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나쁜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거론하기조차 꺼렸던 게 노 대통령이었다. 그는 1일 MBC TV 100분 토론에서도 “강경론자들은 나쁜 시나리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고려도 없이 강경론을 펼쳐왔다. 나쁜 시나리오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평화적 해결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일축했었다.

노 대통령의 미국관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은 공동성명보다 각종 모임에서의 연설내용이었다.

노 대통령은 13일 미국이 6·25전쟁 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이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발언한 데 이어 14일에는 미국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미국의 이상과 제도, 협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꽃피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일부 참모들이 노 대통령의 ‘지나치리만큼 몸을 낮추는 언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고, 국내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는 점도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핵심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면모를 안다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술적 굴신(屈身)’일 뿐이라는 얘기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이라는 힘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익을 위해 현실에 입각한 해결방법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1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 과정에서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둘러본 뒤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지지층이 많이 포함된, 반대의견 가진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효과를 볼 것이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3일자에서 “노 대통령이 북핵 해결 전까지는 휴전선 이남의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말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입장은 (철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과거 입장을) 뒤집은 것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반미(反美)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애쓴 점이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노무현 대통령 미국 관련 발언
시기발언내용
2002년 9월11일(대구 영남대 초청강연)미국을 안 갔다고 반미주의냐. 반미주의면 또 어떠냐
2002년 12월3일(대선후보합동 TV토론)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와 한미관계가 잘못된 것은 우리 외교가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고 비판없는 외교를 펼쳤기 때문이다
2003년 5월12일(뉴욕교민 간담회)미 2사단은 현재의 위치에서 한국을 도와줄 것을 (미국측에) 간곡하게 부탁할 생각이다
5월13일-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
-북한의 핵 완전포기와 기존 핵물질의 완전폐기,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기구의 검증이 필요하다(뉴욕 금융계인사 간담회)
5월14일(미 의회 지도자들 접견)미국의 이상과 제도, 협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꽃피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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