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자회담 참여 고집 않겠다니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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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이 3자회담에 참여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 보좌관은 “회담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다”며 이런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3자회담 참여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던 한미 양국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인가.

나 보좌관의 말은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한국은 협상에선 소외된 채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는 비용만 부담했다. “필요할 때, 마지막 해소 단계에서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나 보좌관의 설명은 그때의 상황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임을 시사한다.

나 보좌관이 ‘실질적 진전’을 강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주된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어야 진전이 있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이해당사자인 우리가 협상에 빠지고 그 결과에만 승복한다면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베이징 3자회담에 배제된 것만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북핵 문제를 대하는 한미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차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주된 관심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보다 핵 확산을 저지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그 자체에 따라 정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터에 한국은 빠진 채 북-미간에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은 국가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최근까지도 한국의 회담 참여를 강조하다가 급히 말을 바꾸는 정부의 자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혼란만 키울 뿐이다. 한미간 이간을 노리는 북한의 술수에 말려들 가능성도 걱정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간 사전 조율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면 정부는 그렇게 된 배경을 국민에게 솔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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