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진명씨 "北, 美변화 못읽고 핵게임 자충수"

  • 입력 2003년 4월 27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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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남북이 함께 핵을 개발해 일본에 맞선다는 가상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펴냈던 김진명씨. -원대연기자
93년 남북이 함께 핵을 개발해 일본에 맞선다는 가상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펴냈던 김진명씨. -원대연기자
‘남북한이 힘을 합쳐 핵무기를 개발하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 맞선다. 남한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재미 핵물리학자의 도움으로 추출한 플루토늄을 내놓고, 북한은 이를 영변 핵시설에서 재처리,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93년 북핵 위기 속에 출간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줄거리다. 이 가상소설은 지금까지 450여만부가 팔렸다.

최근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이 소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설사 북이 핵을 개발하더라도 같은 민족이 핵을 보유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일부 젊은층의 인식 저변에 이 소설의 영향이 깔려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작가 김진명(金辰明·46)은 지금의 북핵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이야 미국의 북한 공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93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궁화꽃…’의 내용은 남북 대치상황이라는 동시대적 시각을 좀 벗어나 4대 열강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놓인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 역사적으로도 바라보자는 의도였죠.”

하지만 그는 ‘무엇이 맞다’는 현실론과 ‘무엇이 옳다’는 당위론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특히 그는 최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을 외교적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다고 밝히기 전에 이미 핵을 개발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핵 보유국은 모두 핵개발을 완료한 뒤에나 이를 발표했지 핵개발 단계부터 이를 공표한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술책이 미국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에 자충수가 됐다는 것. 여기서 그는 자기 소설의 트레이드마크격인 음모론을 다시 펼쳤다.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출현해 한국 중국 일본의 동북아 연대가 이뤄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 따라서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지렛대로 분단과 북의 핵개발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방국가 망명설의 주인공이 된 경원하 박사를 그는 이미 ‘무궁화꽃…’에 실명으로 등장시켰다(1권 211쪽). 그는 “김일성이 그의 입북에 뛸 듯이 기뻐했지만 장비 부족으로 별 성과를 못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97년 부인이 교편을 잡고 있는 충북 제천시에 집필실을 마련한 뒤 매년 한 편씩 소설을 발표해 왔다. 98년 ‘하늘이여 땅이여’에서 2002년 ‘바이 코리아’까지, 민족주의적 시각과 음모론을 결합시킨 그의 소설들은 매번 베스트셀러가 됐다. 차기작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외교·정보전 속에 한민족의 생존전략을 돌아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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