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終戰뒤의 한반도' 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4월 10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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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의 조기 종결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데다 미국의 핵무기 확산 저지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라크전을 지켜보며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백학순(白鶴淳) 세종연구소 연구위원=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주변국들의 반대가 거세고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에도 치명적이다. 한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힘을 합쳐 접근하면 결국 북한이 핵문제를 양보할 것이다. 북한은 핵카드를 쓰면 미국이 협상에 나올 것으로 알았으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중재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미국이나 북한이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반도 위기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서로 도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긴장감이 지속되고 시간이 지나면 대화 국면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이라크전을 보면서 북한은 사찰을 거부해온 자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더 확신했을 것이다. 무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화되는 한편 힘에 의한 냉혹한 국제질서를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막무가내로 나갈 경우 자기들만 고립되기 때문에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융통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힘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협상도 하는 양면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라크전 승리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자극을 하지는 않겠지만 완전 폐기 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은 이라크전을 지켜보면서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기보다는 빨리 협상해서 타결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재처리시설 가동이나 운반수단인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레드라인’만 넘지 않는다면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북한이 대북송금 특별검사제와 이라크전 파병 등의 이유로 남한에 대해 불만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법학과 교수=이라크전에서 보듯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 나라를 방치하지 않는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종말을 촉진시킨다는 점을 북한이 깨달아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한은 최근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도 믿을 수 없다고 얘기했는데 이는 우방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도 조약을 확약하면 불가침 보장력이 제고되는 측면이 있다. 다자회담 구도로 나오기 위해 기존 논리를 변경하려는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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